무너짐은 끝이 아니라, 다시 세워지는 시작이었다.
27살, 병실에서 삶이 무너졌다.
하지만 그 무너짐은 끝이 아니라, 다시 세워지는 시작이었다.
나는 젊은 암환자로 살아가며, 하루하루의 기록 속에서 다시 나를 배우고 있다.
*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사실 그리 놀랍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대장암으로,
엄마는 다섯 살 때 백혈병으로 사선을 넘었다.
엄마가 기적처럼 살아났다.
엄마가 이겨냈으니 나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운명을 탓할 여유도 없이 항암을 시작했다.
예후가 좋다는 말에 6개월이면 괜찮아진다는 말을 믿었다.
그런데, 재발 소식을 듣고 무너졌다.
재발과 불응의 반복.
절망은 자꾸만 희망의 불을 꺼뜨렸다.
약을 여섯 번 바꾸며,
서른 번이 넘는 항암과 스물다섯 번의 방사선을 견뎠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결국 뼈로 전이되었다.
고용량 항암을 받던 날, 엄마와 함께 울었다.
거인이 뼈를 망치로 두드리는 듯한 통증.
모든 게 영영 끝난 것 같았다.
그런데 병실 안에도 새벽은 찾아왔다.
창문 너머로 들어온 햇빛이 나를 속삭였다.
“오늘도 살아 있구나.”
그날 이후 나는 아침엔 ‘긍정’을,
밤엔 ‘성찰’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병이라는 단어는 나를 가두지만,
‘사람’이라는 단어는 나를 다시 꺼내준다.
그래서 나는 같은 길을 걷는 젊은 암환우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의 불빛이 되었고, 어둠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다.
*
나는 이제 안다.
치유란 완벽한 회복이 아니라
다시 연결되는 일이라는 걸.
내가 무너졌던 자리에서
누군가가 일어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작은 성냥 같은 글 하나가
누군가의 긴 밤을 비출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도 나는 태양을 향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