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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Aug 23. 2023

2~3달러 내면 ‘죄인’? 미국 택시팁 겪어보니

-40대 싱글 미국 1년 살기-

미국에서 우버(Uber)와 리프트(Lyft)를 정말 많이 탔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이제 앱(App)을 깔고 차를 불러서 가는 ‘택시 호출 플랫폼’은 대세가 된 것 같다.


지역마다 뉴욕의 노란 택시처럼 공식(?) 택시가 있긴한데 잡기도 불편한 데다, 가격도 단 1달러라도 택시 앱보다 비싼 경우가 많아 외국인은 물론이고 현지인들도 앱 택시를 타는 게 일반화했다. 실제로 미국 어느 공항이든 어김없이 도착 터미널엔 ‘Ride App Pickup’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앱 택시는 편리하다. 내가 원할 때 부를 수 있고, 차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이동경로도 실시간으로 표시된다.하지만 여러 번 타다 보니 생각지 못한 애로점이 있다. 바로 ‘팁(Tip)’ 시스템이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의 우버나 리프트는 택시비(이동요금) 말고도 드라이버에게 주는 팁이 따로 있다.      


이게 초반에는 말 그대로 친절한 기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세요’ 정도로 시작한 것 같은데, 해가 갈수록 무섭게 오르고 어떻게 해서든 상당량의 돈을 낼 수밖에 없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거다.     


현재 미국에서 우버나 리프트를 타면, 우선 ‘차량이 맘에 드느냐’며 깨끗함, 친절함, 공간이 넓음, 음악이 좋음…이런 항목들을 체크하는 화면이 뜬다. 그리고 ‘드라이버(기사)에게 팁을 주세요’라며 운전자의 얼굴 사진이 나온다.


여기까진 좋은데 선택하라고 나온 팁 요율이 ▶18% ▶20% ▶25% 이렇게 뜬다.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우버는 리프트보다 더 비싸서 18% 다음에 25%, 30% 였던 것 같다. 이동 요금이 2만원이 나왔다면 평균 2만4000원을 내야하고, 좀 멀리 가서 5만원이 나왔다면 6만원을 내야하는 거다.

      

물론 ‘팁 없음(No Tip)’이나 ‘고객 맞춤 팁(Customized Tip)’ 이란 선택지도 있다. 하지만 팁을 안 주는 건…미국이나 캐나다에선 좀 과장하면 ‘돈을 떼먹고 도망가는 행위’나 마찬가지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다.


실제 미국인들에게 ‘식당에서 너무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나면 팁을 얼마를 주느냐’라고 물어봤더니 “15%만 줘버리고 만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국에서는 이제 팁 15%는 ‘옛다 이거나 먹어라’ 정도의 최소 금액이란 얘기다. 나 역시 누가 봐도 한국 성씨인 것을 알 수 있는 이름이 등록돼 있고, 매번 이용 내역이 기록되는데 팁을 안 줘서 한국인 욕을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최근 미국 소비자들에게 '우버를 탈 때 팁을 얼마나 주시나요?' 라고 조사했더니 기본이 이동요금의 20%였다. 출처 : 리더스 다이제스트

하지만 난 가난한 연수자다. 1년 동안은 한국에서도 못 벌고, 미국에서도 못 벌고 오로지 고환율에 한화를 바꿔 쓰기만 했으니 1달러도 쌓이면 큰 금액이다. 그래서 처음엔 눈 딱 감고 ‘커스터마이즈드 팁’을 클릭해서 10% 정도를 계산해서 줬다. 내려서 드라이버에게 잘 가라고 인사하면서도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다.가…시간이 흐르고(=미국에서 쓴 돈이 점점 많아지고) 이용 빈도가 늘어나면서 결국 2~3 달러만 직접 입력하기에 이르렀다. 흑흑.  


변명을 좀 하자면 불과 1년도 안 된 사이에 우버나 리프트 요금 자체가 너무 오르고 있다. 인건비와 기름값, 차량 등 전반적인 물가가 모두 올랐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그렇지, 차로 20분 정도 거리가 분명 25달러 정도였는데 어느새 40달러가 넘어간다. 이러면 이용자 입장에선 10% 팁도 2.5달러에서 4달러로 뛰게 된다. 합산 요금은 확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자, 여기에 또 다른 스트레스가 있다.

우선 이 택시 앱이라는 게 팁을 선택하지 않고 일정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자체적으로 설정한 가장 낮은 요율인 18%가 적용돼 버리는 거다. 한 번은 공항에 조금 빠듯하게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뛰어가서 수속을 밟았는데, 핸드폰을 보니 팁 18%를 준 것으로 돼 있었다.

깜빡해서 금액을 선택하거나 입력하지 않으면 자동부과되는 시스템인 거다. 긴 시간도 아니고, 10~15분 정도였던 것 같은데 말이다. 저기요, 난 18%나 줄 생각이 없었다고요!!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내리자마자 팁을 정산해서 입력한다.     

집에서 공항으로 차로 20분 거리인데, 몇 개월 사이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 가격엔 팁이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런데, 내가 팁을 얼마 줬는지 드라이버는 바로 알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다. 정확히 말하면 이동 중에는 손님이 팁을 미리 입력해도 볼 수 없는데(만약 볼 수 있다면…생각만 해도 소름돋는다), 내려서 앱으로 평가(별점)를 한 뒤 팁을 주면 얼마를 줬는지 기사가 볼 수 있다. 평가를 안 하고 그냥 앱을 닫아 버리면 또 자동으로 팁이 부과된다.


그러니까 내가 내려서 평가를 하고 팁을 입력했는데, 기사가 바로 출발하지 않고 정차해 있다면 기사의 시야에 내가 아직 보일 수 있는 거다. 자칫 팁 시비가 붙을 경우 ‘왜 이것만 줬느냐,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쫓아올 수도 있는 거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는, 꼭 차가 저만큼 멀어지길 기다렸다가 평가를 마치고 팁도 입력한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과정을 매번 반복하고 신경써야하니 나중엔 가격과 또 다른 이유로 우버나 리프트 타는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드라이버는 드라이버대로 스트레스인 것 같다. 택시 앱 기업들은 요금의 최소 40%, 많게는 절반 이상을 가져간다. 그러면서 드라이버들에겐 “당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고 돈을 버세요” “손님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팁을 받으면 그 팁은 전부 당신이 갖습니다(이건 사실이다)”라고 홍보하고 계약을 맺는다. 기사가 팁을 적게 받으면 자기 책임일 뿐 회사에 하소연할 수 없는 구조인 거다.

미국 소비자들도 앱 택시 팁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팁 계산기도 많고, 팁의 기준이 되는 승차경험을 유형별로 정리해 놓는가 하면, 얼마나 줘야 하느냐 관련 질문들도 많다.

거기에 차량과 관리비는 물론, 기름값까지 모두 드라이버가 낸다. 그러니 손님이 주는 팁에 목을 맬 수밖에 없고, 어떻게 해서든 좋은 인상을 주려고 인사도 하고, 가방도 트렁크에 실어주고, 말도 걸고, 듣기 좋은 말도 해주고 노력을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이런 노력들이 당연히 좋지만, 한편으론 크게 오른 요금이 가뜩이나 부담인데, 친절하다고 팁까지 더 주자니 이러기도 뭐 하고 저러기도 뭐 하고 아주 고민이 된다.

나도 드라이버와 즐겁게 대화를 나눈 뒤, 소액의 팁을 입력하고는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도망치듯 서둘러 갔던 적이 몇 번 기억난다. (많이 못 줘서 미안, 스티브)     


한국의 앱 택시도 이제 팁을 도입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난 반대다. 차라리 기본요금을 올리는 게 낫지, 팁이란 게 처음엔 ‘특별히 감사를 표현하고 싶을 경우’로 시작돼서 나중엔 당연하게 되고, 그다음엔 반강제, 결국은 강제가 된다. 물가와 비용이 오르면 기업이 요금만 올리겠나, 슬금슬금 요율도 올리겠지.


물론 한국이야 팁 문화 자체가 없으니 이게 도입된다고 얼마나 쉽게 정착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엔 기술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주도권은 기업이 가질 수밖에 없을 거다. 우버나 리프트 행보가 많은 걸 보여준다.   

이제 곧 한국에 돌아가면 우버나 리프트 앱은 사용할 일이 없겠지. 아마 지워버릴지도 모른다. 나날이 오르는 가격에 연결이 끊기고, 멋대로 취소되기도 하고, 부당한 대기요금이 부과되고, 그래도 좋으나 싫으나 차 없는 나를 이리저리 데려다줬던….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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