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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프 Apr 22. 2023

굶주림에 대해

95. 재능


우리를 배 곪게 하는 재능에 의지를 하는 이유는 살면서 처음 발견한 원석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행여 누군가 훔쳐갈까, 손에 쥘 만한 크기로 만들려다 보니 오랜 시간을 붙들고 있게 되는 것이다.


원석을 연마하는 순간에 간혹 잊을 수 있던 허기짐은 고된 노동이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 찾아오고 우리는 꺼진 위장의 울부짖음을 달래려 타인의 보석을 닦는 일을 돕기로 자청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원석을 연마하는 과정에 동참하려는 것이다. 한 달간 굶주림을 해소할 수 있을 만한 돈을 대가로.


하지만 세상 모두가 보석을 가지고 싶어 하는 건 아니니 딱히 유감스럽게 볼만한 일은 아닐 수 있다. 누군가는 그저 빛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잠시 가지고 놀거나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고,누군가는 관심 자체가 없을 수도 있기에.


만약 보석이 되지 못한 원석이 안타깝다면 그것은 우리가 내팽개친 원석이 떠올라 그런 게 아닐까.


우리는 과연 굶주림을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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