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구속
너의 방랑은 끝이 없다.
애초에 시작하지 않은 것처럼.
희미한 빛이 검붉게 착색될 때까지
너는 앞으로도 구속된 채로 살아갈 것이다.
너를 살릴 것이라 생각했던
무한한 사랑은 곰곰이 따지고 보니
조약돌 같은 조건들로 그 속을 메우고 있었고
너는 바다에 빠져본 뒤에야 발장구를 친다.
가까운 이들의 진심 어린 관심은 종종 일방적이며
네 무의식에 똬리를 틀어 네 행동과 언어를 붙잡고는 놓치지 않을 것이다.
구속은 더욱 구체적으로 형상을 갖춰갈 것인데
너는 과연 견딜 각오가 되어있나.
스스로 날개를 꺾어 구속에 머무를 자신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