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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역 Apr 27. 2024

미리 쓴 첫돌 편지

첫돌을 맞은 사랑하는 손주에게


지난해 네가 태어난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첫돌을 맞이했구나. 세월이 유수라더니 참 빠르게도 흘러가는 것 같구나.


네가 태어나던 해는 코로나로 인해 산부인과에 가서 너를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 후 엄마와 산후조리원에서 생활하던 삼 주동 안은 베베켐의 동영상을 통해서나 네가 자거나 우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다 네가 산후조리원을 나와서 엄마와 집에서 지내게 되면서 주말에 찾아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간 양가에서 주중이나 주말에 너를 돌봐주고 안아주고 분유 먹이고 이유식 먹이며 등을 토닥여 준 날들이 꿈만 같구나.


그런 네가 무럭무럭 자라 첫돌을 맞게 되었으니 할아버지가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리에게 사랑하는 너를 보내준 것은 하느님이 보내준 커다란 선물이란 생각이 든다.


너는 양가 집안의 꽃이요 생명이요 희망이다. 네가 태어나면서 양가 집안에 웃음이 넘쳐나고 너를 보기 위해 애타게 시간을 기다리는 날들이 기쁘기만 하다.


그만큼 너는 양가 집안에 행복과 축복과 웃음을 가져다준 소망의 꽃이란다. 할아버지가 네게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건강하고 씩씩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가끔 네가 아빠엄마와 함께 웃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피어난다. 어쩌면 너는 그렇게도 '까르륵까르륵' 거리며 잘도 웃을까. 엄마를 닮은 것인지 아빠를 닮은 것인지 연실 까르륵 웃는 모습에 모두가 넋을 잃을 정도다.

  

언젠가 한 번은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해서 한주를 건너뛰고 주말에 너를 찾아갔더니 낯가림을 하며 우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었다. 너는 낯가림을 하지 않는 아기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낯가림을 해서 의아해하며 웃었던 적이 있다.


아기가 낯을 가리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한 주를 건너뛰어 만났다고 낯을 가리는 것을 보고는 할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인가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단다.


요즈음 네가 자라서 이유식을 먹고 거실에서 기어 다니는 동영상을 카톡을 통해 보고 있단다. 너의 몸놀림은 어찌나 빠른지 기어가고 기어 오는 모습과 이유식을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나온단다.


사랑스러운 손주 이담아!


너는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아직은 말도 못 하고 글자도 모르니 허공에 대고 묻는 것이지만 할아버지가 보기에는 누구보다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믿는 이유는 너를 품에 안고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면 호기심이 정말로 왕성해서란다. 할아버지가 생각하기에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귀가 다르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너의 엄마를 키울 때도 엄마의 호기심이 왕성해서 할아버지가 좀 힘들었다. 엄마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끝까지 묻고 또 묻고 해서 그것을 답해주느냐 아주 애를 먹었단다.


엄마와 마찬가지로 너도 호기심이 왕성해서 조금 더 자라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물을 것 같아 준비를 해두려고 한다. 이것저것 묻는 것은 세상의 이치를 배우려는 것으로 제대로 알려주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


네가 자라서 할아버지에게 무엇을 물어볼지는 모르지만 네가 묻는 것이면 아는 범위에서 성실하게 끝까지 답을 해주고 모르는 것을 물으면 책이라도 찾아서 답해 줄 테니 많이 많이 묻기 바란다.


너의 첫돌을 맞아 할아버지가 어떤 것을 선물해 줄까 하는 것에 고민을 했다. 오랜 고민 끝에 할아버지의 삶과 할아버지가 엄마나 이모에게 전해준 이야기와 할아버지가 이담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선물해 주기로 했다.


첫돌날 전해준 책을 오랫동안 보관해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읽어주었으면 한다. 그 책 속에는 너의 이야기와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중에 자라서 책을 읽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기 바란다. 할아버지는 너의 첫돌날 뜻깊고 의미 있는 선물을 전해주려고 여러 달에 걸쳐 준비했다.


비록 글을 쓰는 재주는 없지만 그간 써놓은 글 중에서 고르고 골라 책으로 엮어 출판해서 전해주는 것이니 소중하게 간직하고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네게 좋은 선물이 되기를 바라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인생의 지침서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중에 글을 읽고 편지를 쓸 줄 아는 나이가 되면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답장해 주면 고맙게 받을 것이다.


네게 처음으로 편지를 미리 써서 보내줄 생각을 하자니 기분이 좋고 기쁘기만 하구나. 이 편지를 쓰는 동안 참 많이 웃고 많은 행복을 갖게 되어서 할아버지 마음은 날아갈 것 같다.


아무쪼록 너는 무럭무럭 자라서 엄마 아빠보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 바라며 할아버지 할머니와 행복하고 즐겁게 웃으며 사랑스러운 어린이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럼 이만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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