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강을 끝내며

by 이상역

지난 몇 달간 구민회관에 가서 수필 쓰기 강좌를 수강했다. 그간 강사에게 수필 쓰기를 배웠으니 수필 쓰기가 좀 나아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수필 쓰기 이론을 배웠다고 수필 쓰기가 나아진다면 강의를 그만둘 수는 없을 것이다. 수필 쓰기를 배우는 것은 수필 쓰기에 대한 기본이론과 합평을 배우는 것이지 글을 쓰는 기술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수필은 체험에 대하여 사색과 생각과 자신과 싸우며 진중하게 써야 한다. 강사에게 배워서 수필을 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신의 글세계는 오롯이 스스로 터득하고 하나하나 헤쳐 나가야 한다.


수필 쓰기 강좌를 다니면서 오히려 글을 써오던 집중하던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재등록을 그만두었다. 앞으로 진중하게 집에서 홀로 사색과 산책을 통해 조용히 글쓰기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수필 쓰기 강좌를 들으면서 수필 이론에 대하여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고, 좋은 문우들도 만났다. 이제는 글을 쓰는 외연보다 내면을 향해 몰입하고 천천히 방향을 잡아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해보려 한다.


사람과의 좋은 인연도 글에 대한 좋은 이론도 글을 쓰는 것과는 다른 영역이다. 글은 고독과 외로움이란 내면과의 싸움이다. 자신만의 글세계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고 자신의 내면과 치열한 싸움을 통해 열린다.


누군가의 지도로 글쓰기가 나아진다면 어딘가를 다니며 계속 지도를 받아야 한다. 강사의 지도는 지도일 뿐 직접적인 행위는 아니다. 지도는 간접적인 방식이며 그것에 의지해 글을 쓰면 자기의 글세계는 없게 된다.


수필 쓰기 강좌 수강도 너무 오래 듣게 되면 능동적인 것보다 수동적인 자세로 글을 쓰게 된다. 글을 쓰는 행위도 능동적인 자세와 마음으로 써야 향상되고 전진한다.


깊은 산속에서 수련하는 무술은 스승의 지도 아래 연습과 반복을 통해 일정한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세계는 스승 없이 홀로 연습과 반복을 통해 스스로 경지에 다다라야 한다.


무술은 동작과 행동의 반복을 통해 단계별로 올라갈 수 있지만 글쓰기는 자기의 습관과 연습에 의해 차츰차츰 진일보하게 된다.


글 쓰는 사람 옆에서 강사가 지켜보며 글쓰기를 가르칠 수 없는 것이 글세계다. 그런 특성과 특징을 잘 알고 있는데도 강사에 의지해서 글을 쓸 수는 없다.


어린아이가 청소년기를 거쳐 홀로 독립하는 것처럼 글쓰기도 청소년기를 거쳤으면 홀로 광야를 향해 독립해서 출발해야 한다. 그 독립의 시기가 지금인 것 같다.


그에 따라 구민회관의 수필 쓰기 강좌 등록을 그만둔 것이다. 스스로 독립할 때가 되었는데도 자꾸만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은 글을 쓰는 문학인의 진정한 자세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소설이나 시나 수필이나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글세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의 글세계는 하나의 글로 달성할 수도 완성할 수도 없다.


이제부터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글세계를 만들어 고유한 영역을 구축해보려고 한다. 그런 길을 제대로 걸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도전해 보고 그 길을 가는 것을 고수하려고 한다.


학창 시절 한 과목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면 기분이 홀가분하다. 사회에 나와 오랜만에 수필 쓰기 강좌 수강을 끝내고 나자 수필 쓰기 이론에 대한 미련이나 더 이상 어딘가를 가야 하는 목적지가 사라졌다.


세상은 어떤 일이나 평생을 공부하고 연구해야 제대로 된 길이 열린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평생에 걸쳐 글을 써도 글세계의 진정한 깊이를 알지 못한 채 변두리만 엿보다 끝낼 수도 있다.


비록 글쓰기의 변두리 세계나마 맛보게 되더라도 그 세계를 향해 진심과 정성을 다해 매진해 보고 싶다. 그 길을 가는데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남은 생애에 내가 가야 할 길이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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