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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의 쿼카 Jan 22. 2023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이야기

스스로를 너무 할퀴진 마세요





올바른 독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존재와 사고방식을 접해 그것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친구로 삼는 것을 뜻한다.


한 권의 책에 사로잡힐 때, 작가를 알고 이해하기 시작해 그와 모종의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그 책은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 헤르만 헤세, <책이라는 세계>




‘당신이 뭔데’라고 생각하며 들어온 독자들을 위하여 짤막하게 자기소개 몇 줄 뿌려본다.



수능 4번 봤다.

학사경고받았다.

어찌어찌 입사는 했다.

지원했던 본사가 아닌 공장으로 발령받았다.

입사했는데 나랑 띠동갑 넘게 차이나는 과, 차장들밖에 없었다. 



자, 우리는 이로써 모종의 관계를 맺었다. 그러니 이제 당신은 이제 날 이해하기 시작하면 된다....




신입 때 웬만큼 고생한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누구나 인정하는 꼰대가 되거나, 신입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바라는 선배가 되거나.


난 자신 있게 후자이다. 혹시 몇 년 지난 후, 꼰대 성향이 보인다 싶으면 셀프로 인터넷에서 꼰대 테스트를 해보겠다. 자기 객관화를 바탕으로 수시로 검열하겠다. 맹세한다..


혹시나 “꼰대도 후배들의 앞날을 진짜 생각해 줘서 말하는 걸 수 있거든요! 말하거나 혼내는 방식이 조금 남들과 다를 뿐이거든? “라며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꼰대일 확률이 높다. 그 방식이라는 것이 꼰대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달 방식을 떠나서 생각해 보자. 만약 진심으로 후배들이 응원하고 잘 되길 바란다면 자신이 겪어 온 부당한 것들을 후배도 똑같이 겪어야 한다고 생각할리가 만무하다. “세상 좋아졌네” 말하며 본인이 겪었던 고난과 역경에 대해 억울해하지 않아야 한다.



꼰대들은 자신을 때리고 퇴장한 사람에게 가서 펀치를 날리는가? 아니면 자신이 서있던 줄 한참 뒤에 멀뚱 서있던 엄한 사람에게 펀치를 날리는가? 후자의 펀치라면 아주 비겁하다. 모든 분풀이의 것들은 그게 어떤 형식이든 간에, 비겁해도 너무 비겁하다.  





사회초년생은 대부분 혼자 아파하고 울면서 경험치와 역량을 체득한다. 만약 신입이나 대리 급이 거의 없는 밸런스가 붕괴된 팀에 신입으로 갔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입사했을 때 내 바로 위는 10년 차 과장이었다. 첫 회사생활에 적응하는 길. 그 길에서 설득과 이해라는 따뜻한 친구들은 거의 만날 수 없었다. 쓸 만한 신입인지 아닌지 평가받는 데 익숙해진 나는 급기야 스스로 쓸 만한 인간인지 자문하기 시작했다. 적당히 자문하고 끝냈어야 했는데. 스스로 할퀴는 행동에 몇 년 간 브레이크를 못 밟았다. 그래서 안다.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가혹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신입사원일 때라는 것을.



그래서 걱정돼서 이 글을 썼다. 힘들다고 그만두기에는 ‘직장인’ 타이틀은 너무나도 간절했던 챔피언벨트라는 것을 잘 안다. 나의 사회초년생 시절이 겹쳐 보이며 자꾸 과몰입하게 된다.



뭐 누가 누굴 걱정하나 싶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퇴사가 생각나는 시간에는 (거의 매일이다) 글쓰기와 책 읽기로 도망친다. 도망치던 곳이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멋있는 이름으로 재탄생하여 나의 일상에 색깔을 입힌다.



아 그래서, 이 말을 하고 싶었다. 도망칠 곳 하나 정도는 만들어 두기를. 그게 나중에 담보가 될 수 있고, 꽁꽁 숨겨져 있던 나의 재능일 수도. 어쩌면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새로운 세상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운동, 글쓰기, 그림, 책, 뭐든 다 좋다.  

그러니 꼭 뭐든 하나만 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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