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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의 쿼카 Jul 24. 2023

편도체 바로 옆을 까치발로 살금살금 지나가라.

뇌가 눈치채지 못하게 변화할 수 있는 방법


독립 D-2

‘굳이 혼자 살아야 하나?’


원룸 보증금까지 다 내고, 입주하기 이틀 전인 사람이 할 생각은 아니다.

독립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실행하기까지 꼬박 세 달이 걸렸다.

집 알아보느라 세 달이나 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니다, 진짜 ‘독립’을 마음먹기까지 거의 세 달이나 걸린 것이다.




‘뭐 얼마나 대단한 통찰과 고민을 하겠다고 집을 나가서까지 하나’

‘매 달 월세 저축하면 몇 백이야, 이 정도면 해외여행을 1년에 2번은 갈 텐데..’

‘집 나가면 요리, 빨래, 청소, 설거지 집안일 다 해야 되는데 언제 다 해. 귀찮을 텐데..’

 

첫 번째 드는 생각. 아무리 따져봐도 독립하는 것이 손해 아니야? 자취하면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데...

두 번째 드는 생각. 나 진짜 가족 없이 혼자서 잘 살 수 있을까?


처음엔 첫 번째 생각만 머릿속에 있었는데, 갈수록 두 번째 생각이 뇌를 점령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문도 모른 채 이름 모를 불안감을 계속 느끼다, 별생각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 : 일의 격 / 신수경 지음


인간의 뇌는 변화를 싫어한다. 원시시대를 오랜 기간 지내온 인간에게는 작은 변화들조차도 삶의 큰 위협이었다. 숲 속의 부스럭거림,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이러한 사소한 변화들조차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는 위협이었다. 이 오랜 기간 동안 적응된 우리의 뇌는, 현대 시대 안전한 환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화’를 ‘위협’으로 인식한다. 이에 뇌의 부위인 편도체를 깨운다. 이 편도체는 경보를 일으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변화를 저항케 한다. -pg. 139



내가 불안했던 이유를 드디어 찾았다.




독립 = 변화 = ‘위협’

곱씹어보니 이런 기분을 느꼈을 때가 내 삶에 꽤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쭉.



1. 초 6 때 미국으로 잠깐 공부하러 갔었다. 초등학교 첫 등교날. 먼발치서 금발의 외국 아이들과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 진짜 쟤네가 “hi”라고 인사하면 어떡하지, 난 거품 물고 쓰러질 테다.... 싶었던 순간.

2. 미국에서 체육시간에는 주로 피구와 발야구를 했다. 팀원을 뽑을 때 각 팀 주장이 원하는 팀원들을 뽑는다. (선택받는달까). 주위에 몇몇은 이름이 불리고, 웃으면서 팀으로 들어가는데... 나만 계속 남아서 호명되길 기다리는 기분이란...

3. 재수학원 첫날. 내 이름이 적힌 사물함을 하염없이 만지작 거렸다. 원

4. 헬스장 체험피티 첫날. 난 지극히도 운동을 싫어해 헬스장은 26살까지 근처도 가지 않았다.



1~4의 공통점은?

나에게 일어난 ‘변화’라는 것.



내 뇌가 변화를 싫어해서 자꾸 변화를 위협으로 인식해 불안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이제야 모든 것이 설명이 된다.






인간이 변화하기 힘들고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쁜 습관에서도 벗어나기 어렵다. 매일 늦게 일어나던 사람이 일찍 일어나겠다고 결심하고 갑자기 일직 일어나면 편도체는 경보를 울린다. ‘너 잠이 부족하면 죽을 거야’. <합리의 뇌>는 변화를 하고 싶으나 <원시의 뇌>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pg. 139



독립을 통한 성장을 원하는 <합리의 뇌>,

그러나 계속 ‘너 혼자 살게 되면 죽을 거야’라고 겁 주던 <원시의 뇌>


나는 원시의 뇌에 굴복하지 않고 끝끝내 독립했다.

멋지게 나는 불안감도 없어졌다고 당차게 말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아직이다.



참. 내일은 꼭 퇴근 후 헬스장 가야지. ‘너 운동하면 피곤해서 죽을 거야’라고 말하는 편도체의 경보를 가볍게 무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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