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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의 쿼카 Aug 14. 2023

도파민에 절여진 삶에서 벗어나고 싶으세요?

셀프 프로젝트 그 첫 번째. <어 리를 빗 인스타그램>


Day 1. < 어 리를 빗 인스타그램>



 

회사 출근길 지하철. 양 귀에 꽂은 에어팟 프로에서 멜론 음악이 계속 흘러나온다.

희한한 습관이 있다. 바로 노래 하나를 끝까지 잘 못 듣는 습관. 대부분 한 곡은 약 3분 30초인데 오늘도 어김없이 난 2분 정도에 정지를 누르고 엄지로 스크롤을 빨리 내린다. 그걸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회사 앞 도착.


도착하자마자 회사 카페에서 받아온 아아를 쭉 들이킨다. 음. 아아가 없었으면 내 삶의 질은 바닥이었을 거야.

메일, 회사 메신저 창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핸드폰도 본다. 이때 폰 밝기를 낮추는 것은 필수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도 넘겨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은밀하게 카톡과 인스타그램에 접근해야 한다. 적어도 회사에서는.


화장실 갈 때도 폰은 필수. 놓고 왔다 싶어서 다시 자리에 돌아가면, 어머, 바지 뒷주머니에 있었네. 두 다리를 움직여 화장실을 갈 때도 내 눈은 핸드폰에 고정이다.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음’ + ‘회사에서 일에 집중하기가 점점 어려워짐’을 느끼기 시작했다.

글로 형용하기 힘들다. 밝은 눈으로 또렷하게 사고하기 힘들어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나는 어떻게 감지를 할 수 있었을까? 그야 밝은 눈으로 또렷하게 사고한 경험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다를까? 왜 그때는 지금보다 더 나은 기분을 갖고 있었지? 뭐지?  


정말 무섭게도 단 하나의 차이였다.  핸드폰 보는 시간이 지금보다 적었다.

그래. 핸드폰 보는 시간을 줄이는 거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핸드폰이라는 적을 이기려면 이 놈을 통해 뭘 가장 많이 보는 지를 찾아내야 한다.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인스타그램.

푸바오에 빠진 요즘 그 귀여운 공주님으로 도배된 피드에 한 번 입장하면 1시간은 기본이다. 푸바오로만 끝나면 좋겠지만 어림없지 예능 쇼츠, 일반인 노래 레전드 영상 등 까지 남김없이 싹싹 보면 2시간은 금방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 끝내고 나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뭔가 찝찝하다. 어딘가 만족스럽지가 않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가?

아니면 느끼는 데도 ‘아, 내가 퇴근했는데 이런 휴식도 못 누려?’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후자라고 줄곧 생각해 왔고, 그 결과 내 기분을 세세하게 따져본 적은 없었다.

‘아, 내가 퇴근했는데 이런 휴식도 못 누려?’  —> ‘자야지. 밤 12시네. 내일 출근해야지’  바로 베개에 머리를 베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특정 행동에 대한 나의 기분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

더덕더덕 군살을 붙이지 않은 채, 클리어하게 그 활동에 대한 나의 소감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은,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기회가 된다.




충격적 이게도 인스타를 보면 내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음에도, 인스타에 들어가는 횟수를 줄이는 데에만 며칠이 걸렸는지 아는가?


세 달이다.

90일이 웬 말이냐.

지금도 여전히 앱 삭제를 했다가 재 설치를 반복. 아깝다는 이유로 계정 삭제는 꿈도 못 꾼다. 지금까지 버린 20대의 시간들은 한 톨도 아까워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어제의 나는 비록 ‘하루종일 인스타 안 보기’에 실패했지만, 오늘의 나는 성공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어 리를빗 인스타그램>이 나의 일상적인 목표를 회복시키는 데 일조했다.


과연 가볍게 치부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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