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 김한용의 모카에서 폭스바겐 골프 gti의 시승기를 봤다. “골프의 등장 이후 고급차와 스포츠카의 전유물이었던 아우토반이 민주화되었다.”라는 독일 자동차 잡지문구를 인용하여 시승기가 시작되었고, 한 번도 골프가 매력적인 자동차라고 느끼지 못했던 나를 매료시켰다.
사람들이 아이언맨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의 몸으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빌런들과 싸우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스타크는 인간적으로는 너무나도 결함이 많은 사람이지만, 자신의 재능과 노력을 통해 한계를 넘어 사람들을 구한다.
골프가 그렇다. 태생적 한계는 분명하지만, 시민을 위한 충분히 훌륭한 성능의 자동차를 만들고자 한 폭스바겐의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골프이다.
1974년, 골프는 비틀의 뒤를 잊는 폭스바겐의 국민 자동차로 그 첫 발을 내디뎠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타고 다녔고 2세대 골프는 그 판매량이 650만 대에 달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 오죽하면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1980년대 생을 골프세대라고 부른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골프는 말 그대로 시민을 위한 자동차이다. 고급감을 만들어내는 고가의 옵션은 없고 실용성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차가 폭스바겐 골프이다. 이 차를 탄다면 차로 허세를 부릴 수는 없지만, 운전을 재미있게 하면서도 차를 실용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차는 대학생이나 이제 막 시작하는 가정에게 좋은 선택지이다. 골프를 보면 이 차를 선택하는 이들을 위한 폭스바겐의 고민이 엿보인다. 높은 출력의 엔진은 아니지만 훌륭한 토크세팅으로 주행에 재미를 더했고 해치백 스타일로 실용성을 잡았다. 좀 더 다이내믹한 주행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gti 옵션 또한 준비해 두었다. 그렇게 골프는 유럽 해치백의 기본값이 되었다.
골프는 8세대를 지나오며 한 가지의 철학을 고수해 왔고, 그렇기에 디자인과 제조에 대한 노하우와 헤리티지가 타사의 해치백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골프가 매력적인 이유가 이것이다. 동가격대 해치백 중 골프의 비교대상이 되는 차는 드물다. 성능, 품질, 실용성 그리고 헤리티지까지 챙긴 차는 골프가 유일하다. 그렇기에 유럽에서는 차의 기본값이 골프가 되었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것이다.
세상엔 정말 많은 자동차가 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에서 온전히 소비자를 위해 고심하고 고심해서 만든 자동차는 드물다. 소비자를 위해 만든 제품은 롱런한다. 하지만 골프의 전기차 후속 모델로 ID3가 나왔고 이제 골프는 내연기관 시대의 끝과 함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쉬움이 크지만 만약 골프의 마지막이 온다면, 나는 항상 최선을 다해준 시민의 영웅의 뒷모습에 기쁘게 손을 흔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