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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숙 Feb 10. 2024

추억의 서랍안에

커피소울 주위에 회색빛깔의 엄마고양이와 검정색의 노란 눈을 가진 아기 고양이는 하루 중 오후의 시간을 내어 이곳 커피소울의 마당을 방문을 하곤 했었다.

검정색의 노란 눈을 가진 아기 고양이는 움직이는 물체와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만 보아도 그것을 잡으려고 이리 저리로 뛰어다니는 것이 어찌 그리 귀여운지 잠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들의 끼니때가 되어 사료를 먹을 때도 엄마고양이는 아기고양이가 배를 채우고 난 다음 먹곤 했었다.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듷이 나에겐 평화로운 한낮의 정경으로 펼쳐지곤  했었다.

 영하 10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혹독한 겨울 날씨가 며칠 동안 계속되었던 어느날, 도로 옆 갓길에 움직이지 않는 회색 빛깔의 엄마고양이를 보게 되었다.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 싸늘하게 죽어 있는 엄마 고양이를 검정색 아기 고양이는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날 혹독한 추위 속에 길바닥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엄마고양이를 안쓰러워하며 며칠 동안 나의 뇌리 속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기억이 떠나질 않는다.

 커피소울에서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를 안다고 골목에서 느닷없이 뛰어  나와 반겨 주던 회색빛깔의 엄마고양이가 눈에 선하다.

 눈 덮인 어느 날 회색빛깔의 엄마고양이를 나무 밑 양지바른 곳에 묻어 줄 때 검정색의 아기 고양이는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커피소울의 문을 연 오후시간이 되면 은행나무밑으로 찾아와 아는 척을 하는 검정색아기고양이는 엄마고양이가 묻힌 나무 밑 햇살이 잘 드는 덤불에서 낮잠을 한숨 자고 간다.  

 맑은 날씨의 화창한 어느 날 조카의 집들이로 인천을 잠시 다녀왔었다. 점심을 먹고 늦은 오후가 되어 도착했음에도 검정색아기고양이는 여전히 커피소울 앞의 은행나무 아래에서 나를 반겨 준다. 눈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아주 또렷하게 바라보다 지긋이 조는 듯 눈을 아래로 감는다. 나무를 사이에 두고 숨바꼭질을 하기도 하며 새싹이 돋는 동산으로 향해 뛰어다니기도 하며 우린 어느새 친구가 되어 버린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추억의 서랍안에 향기로 꽃을 피워 내는 아름다운 기억들이 있다.

오늘은 로이킴과 박종민의 콜라보로 부른 '봄이 와도'를 들으며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봄이 와도

설레지 않을 것이고

여름이 와도

나는 흔들리지 않을거야

가을이 오면

무너지지  않고 견뎌 왔음에 감사하며

겨울에 나를 지켜 줬던

그대만을  내 맘에 새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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