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앙카 Jul 06. 2023

나도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유독 추웠던 겨울방학이 지나고, 5학년이 됐다.



 경희는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처음 사귄 친구다. 경희는 학교와 가까운 아파트에 살았다. 아파트에 사는 애들은 사는 아이들 같았다. 예쁜 옷을 입고 클라리넷이나 플루트라는 악기를 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면 관현악부실로 가서 악기 연습을 했다. 악기를 들고 다니는 애들은 똑같은 갈색 옷을 입고 다녔는데, 알고 보니 걸스카우트라고 했다. 학교 안에는 보이 스카우트, 해양 소년단, 아람단이 있었다. 단복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나도 걸스카우트를 하고 싶다고 엄마한테 졸랐지만 엄마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럼, 해양 소년단은? 그건 하얀색 옷인데 진짜 멋있어~ 해양 소년단은 돼?"

 "안된다니깐...."

그러면 나도 클라리넷을 사달라고 했지만 엄마는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

엄마는 왜 다 안된다고 하는 것인지, 나는 왜 친구들처럼 걸스카우트도 못하고 관현악부도 못 들어 가는 것인지 야속하기만 했다.





 경희네 집은 넓었고 참 깨끗했다.  소파 끝에 걸터앉아 경희 어머니가 내 주신 과일을 포크로 살짝 꽂아 입에 넣고는 조용히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나도 좋은 집에 살았었는데 더 좋은 집이 있다니. 경희에게 클라리넷은 어떻게 연주하는 거냐며 가르쳐 달라고 했다. 몇 번 따라 불어봤다. 신기하고 재밌었다. 클라리넷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언제부턴가 경희가 우리 집이 궁금하다며 언제 갈 수 있냐며 계속 졸라댔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나는 우리 집에 데려가지 않았다. 식당에서 사는 모습을 절대 들키기 싫었다. 하지만 핑계를 댈수록 의심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식당만 보여주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이층만 올라가지 않으면 돼....'


 경희와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이 두근두근 떨렸다.


"엄마~ 친구 왔어. 얘는 경희야"

경희가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무슨 생각이었는지 책가방을 이층에 올려놔야 할 것 같았다. 버릇처럼 말이다. 계단을 오르자 경희가 따라 올라왔다. '안돼. 올라오면 안 돼. '


 "경희야! 여긴 올라오지 마. 쌀포대만 잔뜩 쌓여 있어! 여긴 쌀 놓는 창고야. 창고! 가방만 올려놓고 얼른 내려올게"  

경희는 계단을 오르려다 멈춰 섰다.

다행이었다. 들키지 않아서.

고드름이 나는 천막집. 친구에게 들키고 싶은 않은 우리 집...

내 첫 번째 거짓말일지도 모르겠다.






 고드름 나는 천막집에서 산지 딱 2년 만에 이사를 갔다. 18평짜리 1층 아파트였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내 눈에는 엄청 크고 좋은 집이었다. 언니와 같이 쓰는 방이지만 드디어 내게도 방이 생겼다.

 나중에 철이 들고 나서 알았다. 내가 친구에게 '이곳은 우리 집이 아니라 창고'라고 거짓말하는 모습을 엄마가 다 지켜보고 있다는 걸 말이다. 엄마는 가슴이 미어졌다. 딸이 친구 앞에서 창피해하는 모습을 눈물을 삼키며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나는 그때는 알 수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정집 엄마밥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