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나 오늘도 술 마셨네
꽐라가 되어
내 방에 대자로 드러누워
변함없이 그 이름 부르고 있네
민식이 준하 영호 현준
잊을 만하면 외쳐대는 저놈의
지긋지긋한 추억의 남자 사중주단
빛깔 나게 반짝이던 그 시절
눈부신 미모 자랑하던 우리 누나
줄기차게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선물 사주고 행복 사주던 그들
그저 한번 우리 누나 손 한번
잡으면 세상 다 가진 듯 황홀해하던
그 이름
민식이 준하 영호 현준
그 착하고 성실하고 근면하고
똑똑하기까지 한 남자 사중주단
가진 것 좀 없으면 어때서
미래가 좀 불투명하면 어때서
차가 좀 작으면 어때서
집이 좀 좁으면 어때서
모조리 헌신짝처럼 차버리고
기생오라비 같은 제비 만나
오마카세에 입 돌아가고
해외여행에 눈 돌아가고
명품 백에 손 돌아가고
고급 호텔에 엉덩이 돌아가더니
쥐꼬리만 한 봉급 탈탈 털어
그놈
밥 사주고 술 사주고
나이트비 내고 호텔비 내고
늘 우리 누나 통장에 찍힌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고
놀라운 그 숫자
마이너스 18만 원
우리 누나 오늘도 술 마셨네
내일모레면 마흔이라는데
떠나간
민식이 준하 영호 현준은
다들
여우 같은 마누라에 토끼 같은 자식 낳고
오순도순
잘 먹고 잘산다는데
낙동강 오리알 된 불쌍한
우리 누나
팔등신 몸매는 이제 구부정하고
술에 찌던 똥배만 볼록
얼굴 가득 덮은 잔주름
기미 검버섯까지
내일이면 마흔이라는데
텅 빈 통장 움켜쥐고
오늘도 직장 상사의
매정한 한 소리에 삐져
화장실 비데 크게 틀어놓고
목놓아 울부짖는 그 이름
민식이 준하 영호 현준
이제
이 세상에 만만한 건 나밖에 없네
술만 들이켜면
잘살고 있는 동생 집에
느닷없이 찾아와
우리 누나 오늘도 술 마셨네
내 방에 대자로 누워
인정사정없이 자신이 스스로 차버린
추억의 그 행복
집이 떠나가라 외쳐대고 있네
민식이 준하 영호 현준
착하디착한
순하디순한
우리 마누라
오늘도 지긋지긋한 우리 누나 술주정에
눈 돌아갈 판이네
내년에는 정말이지
홀아비 영감탱이라도 알아봐야겠네
이러다
나까지 쫓겨날 판이네
우리 누나 오늘도 술 마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