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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by 남킹

### 계약의 문학적 의미

소설 *계약*은 현대 문학의 전형적인 경계를 넘어서는 작품이다. 이 글은 감옥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인간 내면의 심리적 감옥을 교차시키며, 자유와 속박, 예술과 생존, 그리고 도덕적 타협의 복잡한 갈등을 탐구한다. 작가는 교도소라는 배경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 조건을 드러내고, 그 안에서 예술적 창작이 어떻게 생존의 도구이자 구원의 통로로 작용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수필에서는 *계약*의 문학적 의미를 세 가지 주요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예술과 생존의 거래, 사형수와 작가의 상호 의존성, 그리고 도덕적 경계의 붕괴.

#### 예술과 생존의 거래

*계약*의 중심에는 예술과 생존 사이의 불가피한 거래가 놓여 있다. 화자인 무명 작가는 경제적 궁핍과 예술적 인정에 대한 갈증 속에서 교도소라는 비정상적인 공간으로 들어간다. 그는 재소자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생계를 유지하지만, 그 과정에서 단순한 생존을 넘어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재정립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이는 문학이 더 이상 순수한 창작의 영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거래는 화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한다. 특히 사형수의 글은 그의 창작에 강렬한 불씨를 지핀다. 이는 예술이 가장 척박한 환경에서도 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하며, 동시에 그 영감이 타인의 고통에서 비롯된다는 윤리적 딜레마를 제기한다.

#### 사형수와 작가의 상호 의존성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진 관계는 화자와 사형수 여성 사이의 상호 의존성이다. 사형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자 하고, 화자는 그녀의 재능을 통해 자신의 문학적 부활을 꿈꾼다. 이 관계는 단순한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넘어, 서로의 결핍을 채우는 공생으로 발전한다. 사형수의 글은 놀라운 문장력과 생생한 감정으로 화자를 매혹시키며, 이는 그가 잃어버렸던 창작의 열정을 되살린다. 반면, 사형수는 화자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길 기회를 얻는다. 그녀의 죽음이 다가올수록, 이 계약은 더욱 긴박해진다. 화자는 그녀의 사형 집행일을 "소설이 새롭게 태어나는 날"로 묘사하며, 그녀의 죽음을 자신의 예술적 승리로 전유한다. 이는 문학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어떻게 의미를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며,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착취의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 도덕적 경계의 붕괴

*계약*은 도덕적 경계의 모호함을 탐구하는 데서 가장 강렬한 문학적 힘을 발휘한다. 화자는 사형수의 재능을 탐욕스럽게 갈망하며, 그녀와의 육체적 관계를 통해 계약을 완성한다. 이 행위는 단순한 욕망의 표출을 넘어, 예술적 소유와 도덕적 타협의 상징으로 읽힌다. 그는 그녀의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그녀의 죽음을 자신의 성공으로 전환하려 한다. 이는 예술가가 창작의 이름 아래 어디까지 타인의 삶을 이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형수의 범죄—가족을 살해한 방화 사건—역시 도덕적 판단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녀의 순수해 보이는 외양과 섬세한 문장력은 그녀의 죄와 대조를 이루며, 독자로 하여금 그녀를 단죄할 것인지 연민할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이 모호함은 인간 본성의 양면성과 문학이 그 양면성을 포용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 결론

*계약*은 예술의 본질과 인간 존재의 조건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작품이다. 교도소라는 극단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예술이 생존, 구원, 그리고 착취의 도구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문학의 다층적 의미를 탐구한다. 화자와 사형수의 계약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삶과 죽음, 자유와 속박, 그리고 도덕과 욕망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학적 실험으로 확장된다. 이 소설은 독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며, 예술이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되묻는다. 결국 *계약*은 문학이 인간의 가장 깊은 갈등을 반영하는 거울임을 증명하며, 그 거울 속에서 우리 모두의 모습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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