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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시리즈5) 벼랑끝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다

50대 직장인 유쾌한씨의 유쾌한 은퇴생활~

by So what

50대 초반의 유쾌한씨는 현재 은행의 지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예전의 은행은 모든 직장인이 선망하던 직종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점점 몸집을 줄이고 축소되어 가는 업종의 하나가 되었다.

현재 유쾌한씨가 근무하고 있는 지점도 몇 년전까지 직원이 10여명 규모였으나 지금은 명예퇴직과 구조조정 등으로 5명이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남아있는 직원들이 늘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전 사내 게시판에 40대이상 간부사원급들을 대상으로 추가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공문이 발표되었다.

그 동안 몇 차례의 희망퇴직 공고에도 끝까지 버텨왔던 유쾌한씨였다.

나름 지점을 잘 운영해왔고 아직 자녀들의 대학공부가 남아있기 때문에 쉽게 직장을 그만둘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초부터 시작된 지점의 실적부진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본사로부터 실적개선에 대한 압박을 받아오고 있던터라 그냥 가볍게 넘기기엔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퇴근후에 부인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 얘기를 나누었고 부인은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직장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그 말은 충분히 이해가 갔으나 현실적인 환경이 그렇지 못해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유쾌한씨는 머리가 더욱 혼란스러워지자 집 근처에 사는 직장후배에게 전화를 해서 맥주나 한잔 하자고 제안했고 그 후배는 흔쾌히 이에 응하여 만나게 되었다.

이 직장후배는 다른 지점에서 근무하는데 부지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동네호프집에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으니 그 후배가 얼마 지나지않아 도착했다.

서로 인사를 하고 근황을 묻고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호프집 주인이 주문한 술과 안주를 서빙하고 돌아가자 유쾌한씨가 그 후배에게 대뜸 물었다.

"박 차장도 얼마전 회사 사내게시판에 추가 희망퇴직을 공고하는 내용 봤지?"

후배가 대답했다.

"그럼요, 그걸 모를 수가 있나요. 모두의 관심산데요."

유쾌한씨가 다시 물었다.

"그럼 혹시 박 차장도 희망퇴직 생각이 있어?"

후배가 다시 대답했다.

"저는 아직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 부지점장이니 최소한 지점장은 한번 해보고 퇴직해야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저도 그래야겠죠. 왜요 선배님은 생각이 있으신가봐요?"

유쾌한씨가 그 말에 대답했다.

"박 차장도 알다시피 올해부터 지점의 실적이 좋지않아 본사의 압박이 심하거든. 그래서 눈치가 보인단 말이지. 마음같아선 좀 더 일하고 싶은데 말이야."

후배가 그 말에 대답했다.

"만약 희망퇴직을 하신다면 이후 계획은 있으신가요?"

유쾌한씨가 대답했다.

"아니, 아직 그런건 생각도 못해봤지. 할지 말지도 결정 못했는데."

후배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제가 아는 고등학교 선배 중에 선배님과 비슷한 연배인 분이 계신데, 그 분은 증권회사의 지점장으로 근무하다가 작년에 희망퇴직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는 좀 뜻밖의 일을 시작하셔서 놀랐어요. 그게 뭐냐면 지게차 기사 였어요. 예전에 하던 일이랑 너무 매치가 안되어서 처음엔 좀 당황했는데 지금 너무 재미있고 여유있게 사시는걸 보니 괜찮은 것 같더라구요."

유쾌한씨가 그 얘기에 관심을 가지며 다시 물었다.

"지게차 기사를 하면 한 달에 수입이 얼마나 된데? 아무래도 지금 내 상황에서는 돈이 필요하다보니 그걸 물어볼 수 밖에 없어."

그 질문에 후배가 대답했다.

"자세한 월수입은 물어보지 못했지만 얘기하는 걸로 봐서는 한달에 500만원 정도는 버시는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쉬는 날이랑 근무시간은 다 챙겨가면서요. 그 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유쾌한씨가 듣기에도 그 정도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날 직장후배와 술자리를 기분좋게 마무리하고 귀가를 하였고 집에 와서 잠자리에 누워서 지게차 기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과연 은행 지점장을 하던 내가 지게차 기사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남들이 험한 일 한다고 비웃지 않을까?"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머리속을 끊임없이 맴돌았다.


밤새 잠을 설치다가 아침이 되었고, 유쾌한씨는 이번에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지게차 기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은 채 회사로 출근을 했다.

점심시간에 지게차 기사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험만 쌓으면 나이가 들어서도 일자리는 충분히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또한 내가 내 일정을 조절해 가면서 일을 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처음엔 유쾌한씨가 가지고 있는 1종보통 면허로 취득할 수 있는 건설기계조정면허(지게차)부터 취득하기로 했다.

주말을 이용하여 이틀간 이론 및 실습교육을 받고 이수증을 발급받았다.

다음날 오후에 잠시 시간을 내어 구청을 방문하여 건설기계조정면허증(지게차)을 발급받았다.

이 면허증으로 3톤이하 지게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된다.

그 다음단계는 전문학원에 등록하여 3톤이상 지게차를 운전할 수 있는 지게차운전기능사에 도전하는 것이다.

약간의 시간과 비용이 들겠지만 자격증을 취득하는 그 날을 머리속으로 그려본다.

그리고 능숙하게 지게차를 운전하는 본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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