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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시리즈3) 과거에 매몰되어 미래를 보지 못하다

50대 직장인 우울한씨의 우울한 은퇴생활~

by So 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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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후반의 우울한씨는 중소기업의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관련업계에서 기술력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어서 매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우울한씨는 지금의 회사가 있기까지 본인도 한 몫의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미 20년이상 이 회사에 몸담고 있었으니 회사의 역사와 함께 한 셈이다.

그 공을 인정받아 몇 해전에 임원으로 승진하여 오늘에 까지 이르고 있다.

하지만 내년이면 우울한씨도 이제 정년이 된다.

벌써 정년이 된다고 하니 도무지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

퇴직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지금 이대로의 상태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고 우울한씨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회사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고 본인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으며 꽤 괜찮은 보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연한 현실앞에 우울한씨도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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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계모임이 있어 오랜만에 모임에 나갔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한 두명 빼고는 모든 멤버들이 참석했다.

회장의 인사말과 건배사에 이어 자연스럽게 대화와 술잔이 오고갔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이면서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이라 가끔 술을 한 잔씩 하는데 그동안 모임에 잘 나오지 않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얼굴을 비추었다.

우울한씨가 그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야. 그동안 많이 바빴나봐? 얼굴보기 힘드네."

그 말에 친구가 대답했다.

"응, 그러네. 사는게 빠듯하다보니 시간내기가 쉽지않아."

우울한씨가 다시 물었다.

"그래, 요즘 무슨 일 해? 얼마전까진 직장생활을 한다고 들었었는데."

친구가 대답했다.

"그 직장은 작년까지 근무하고 그만뒀어.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길래 퇴직위로금을 좀 더 받는 조건으로 퇴직했어. 그리고는 1개월정도 쉬면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다 일자리 알아보기가 비교적 수월한 아파트 경비일을 하고 있어. 그런데 이 일이 너도 알다시피 주/야 2교대로 돌아가다보니 근무가 있는 날에는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 비번이면 몰라도."

우울한씨가 그 얘기를 듣고 대답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난 그동안 연락이 없길래 무슨 일이 있나 했어. 별일이 없었다니 다행이네. 그나저나 경비일은 할만해?"

그 질문에 친구가 답변했다.

"주/야 2교대로 하다보니 생활리듬도 수시로 바뀌고 해서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조금 힘들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서 괜찮아. 사실 더 힘든 건 주민들의 민원에 대한 항의를 받고 대응하는게 힘들어. 너도 알다시피 어디가나 좀 별난 사람들이 있잖아. 그런 사람들 비위 맞추는게 여간 힘든게 아냐."

우울한씨가 대답했다.

"그래 친구야, 요즘 고생이 많구나. 그나마 근처에 사는 몇 안되는 친군데 시간되면 가끔 얼굴도 보고 하자. 오랜만에 한잔 하자구."

술잔을 기울이면서 우울한씨는 친구의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작년에 보았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마치 세파에 찌든 듯한 모습이랄까. 아뭏튼 조금은 지친 모습이었다.


혹시 이게 나의 미래는 아닐까? 하고 우울한씨는 덜컥 겁이 났다.

본인도 이제 내년이면 정년을 맞아 퇴직을 하게 될텐데 퇴직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전혀 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골치아픈 생각일랑은 잊어버리고 현재만 즐기고 싶어 곧 다가올 미래를 모른척 외면했었다.

하지만 어느덧 시간은 슬금슬금 다가와 우울한씨의 곁에 서있다.

이제는 어쩔수 없이 선택을 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옛말에 이르길,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지금의 우울한씨는 결국 사는대로 생각하면서 살게되는 운명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이 백수가 되었던, 아파트 경비원이 되었던, 자영업이 되었던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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