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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시리즈6) 현실 안주, 수렁속에서 길을 헤매다

40대 자영업자 우울한씨의 우울한 은퇴생활~

by So 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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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후반의 우울한씨는 현재 시장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장사를 시작한지는 벌써 10년이 훌쩍 넘어 15년이 다 되어간다.

한때 치킨이 날개달린듯이 팔릴때에는 나름 솔솔하니 돈을 벌었으나 프랜차이즈가 많아지면서 이제 예전만큼 장사가 되지 않은지도 꽤 되었다.

이제 시장에는 명절이나 되면 손님들이 조금 모일까 평상시에는 손님출입 자체가 뜸한 편이다.


어느 날도 저녁이 되어가는데 일매출이 겨우 10만원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발길은 시간이 지날수록 뜸해져 더 이상 가게문을 열어놓아봐야 손님이 올것 같지도 않았다.

가게문을 일찍 닫기로 마음 먹은 우울한씨는 건너편 방앗간 사장과 소주나 한잔하기로 계획하고 전화를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해서 가게문을 닫고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에 자리를 잡고나서 소주와 안주를 주문한 뒤 우울한씨가 방앗간 김사장에게 물었다.

"김사장님은 오늘 장사가 좀 어땠어요?"

그 말에 김사장이 대답했다.

"요즘 방앗간이야 명절이 아니고서는 손님이 거의 없어. 오늘도 공쳤어. 우사장은 오늘 어땠어?"

우울한씨가 대답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요즘 누가 치킨사러 시장까지 오나요. 주변에 프랜차이즈 가게가 천진데. 저도 겨우 일당했습니다."

그 얘기를 한 뒤 두 사람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우울한씨가 술을 한잔 한뒤 김사장에게 물었다.

"사장님은 방앗간을 운영하신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셨잖아요. 그럼 앞으로 계속 이 일을 하실거예요?"

그 질문에 김사장이 대답했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할 줄 아는게 이것밖에 없는데 다른 일을 할 수가 있어야지. 죽으나 사나 이 일을 할 수 밖에."

그러는 우사장은 이 일을 계속 할거야?"

그 질문에 우울한씨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답변을 한다.

"저도 요즘 그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장사가 되는 모양으로 보면 하루라도 빨리 잡체인지를 하는게 맞는데 저도 김사장님처럼 할 줄 아는게 이것 밖에 없으니 달리 도리가 없더라구요. 이럴줄 알았으면 다른 기술이라도 좀 배워둘걸 하고 가끔 후회를 한답니다."

그 말에 김사장이 한마디를 거든다.

"나야 이제 환갑도 지나고 자녀들도 다 출가했으니 나와 마누라만 먹고 살면 되지만, 우사장은 아직 아이들 교육도 시키고 대학도 보내고 결혼도 시키고 할일이 많은데 걱정이 많겠구만."

마치 아픈 상처부위가 시린 것처럼 우울한씨는 그 얘기를 듣자 덜컥 겁이 났다.

정말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그 날 저녁은 술만 진탕 마시고 김사장과 기분좋게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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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씨는 다음날 가게에 나와 문을 열었으나 어제처럼 시장골목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뜸했다.

어제같은 기다림의 연속이 예상되는 하루였다.

우울한씨는 이제는 이렇게 마냥 기다릴게 아니라 뭔가 결단을 해야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이 일을 계속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도 하고 분위기 쇄신을 해야할 것이고,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빨리 이 곳을 정리하고 잡체인지를 준비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느 것을 선택할지 마음을 결정하지 못해 우물쭈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만 이렇게 죽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차라리 누가 우울한씨 대신 이 힘겨운 결정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까지 하곤 한다.

마음은 점점 급해오지만 쉽게 결정은 할 수 없는 진퇴양란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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