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내 전공은 반도체 공학이다. 당연히 물리학이 기초이고.
부끄럽지만 익명을 빌어 고백하자면 나는 수학이 언제나 싫었다. 고등학교 때도 유난히 수학은 점수가 오르지 않아 재수 시절 내내 하루에 6시간 넘게 수학만 공부했지만 결국 내 성적은 크게 오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목표하던 대학 대신 그보다 낮은 대학을 가게 되었다.
졸업을 앞두고 재수를 결정했다던 내게 넌 이과보다 문과 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으니 그쪽으로 가면 훨씬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주신 고3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퍽 틀린 건 아니었다고 나는 그다음 해 수능이 끝나고서야 인정했다.
그렇게 공대를 와서 생각지도 못하던 박사과정까지 꾸역꾸역 하게 된 건 운명의 장난인지 도움인지 모를 일이다.
우선 물리학을 배우며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은 도대체 이런 것들을 왜 알아야 하지 하는 거였다. 근본적인 의문들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아가다가 이제야 깨달은 의문이었다. 난 도대체 왜 가장 빨리 물건이 떨어지는 경로가 궁금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난 그런 게 궁금한 적이 없었으니까. 대신 사람은 왜 계속 살아가는지 왜 종교를 믿는지는 궁금했다.
물리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예측하는 걸 좋아할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예측은 내비게이션을 이용해서 A라는 사람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얼마나 빠르게 갈 수 있을지, 뭐 이런 종류의 예측이다. 나는 A라는 사람이 왜 서울까지 가야 하는지가 궁금한 사람이고.
아마 그게 민감도를 결정한 거 아닌가 싶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수학과 물리에 민감하지 않은 채로 반도체 연구 중이고 그래서 항상 어려움에 직면한다.
나는 언제나 이 둘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