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나도 언젠가 작가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방학이 되니 교직에 관한 일보다는 일상에서의 기록이 더 중요해짐을 느낀다. 학교에 많이 가지 않고 집에서 다음 학기를 준비할 수 있는 교사라는 직업의 특수성과 편리함 덕분에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기록하는 방법, 글 쓰는 기술을 연습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나는 글쓰기를 정말 좋아하지만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일 없이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쓴 글을 답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기에, 내 글쓰기 실력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만큼은 늘지 않았다.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조금 꺼려지는 것은 사실이다. 남에게 내 글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글은 무엇일까. 글은 작은 생각의 덩어리인 문장으로 이루어진 큰 덩어리다. 다른 말로 바꾸어 이야기하면 작은 생각들이 모여서 이루고 있는 하나의 생각의 흐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을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일은 굉장히 부끄럽다. 내 머릿속에서,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나만의 행위인 상상을 다른 사람 앞에서 하게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스스로 생각하고 마음을 정리한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적인 행위여야 하기에, 다른 사람에게 내 글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에 굉장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위에 이야기했던 글쓰기 실력의 발전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글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대단한 이념을 선포하는 것도 아니고, 굉장한 문학적 성취를 작품으로 펴내는 것도 아니지만 왜 이리 떨리는지 모를 일이다. 그냥 내 하루와 내 생각을 일기의 형태로 정리해서 적고, 내가 아는 사람들도 아닌 모르는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흩뿌리는 것뿐인데도 이렇게 긴장되는 이유를 통 모를 일이다. 하지만 글을 공개하는 것이 분명히 나의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일단 글이 어떻게 읽힐지를 곱씹게 되었다. 나는 글을 쓸 때, 다시 읽어보지 않는 편이다. 나의 글쓰기는 머리에 가득한 생각을 배설하는 행위와 비슷한 개념이기 때문에, 글을 다시 읽기 위해 쓴다기보다는 그저 머리에 가득한 생각을 빼내는데 치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블로그나 브런치와 같은 매체에 쓰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더 읽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게 되었다.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글을 읽어보고,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나 잘못된 표현을 다듬기 시작했다. 작은 개념이지만 나도 '퇴고'를 시작한 것이다.
글은 쓰는 사람이 글을 쓰며 느끼는 희열을 위해 존재하기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읽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소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내 글이 지금은 많은 사람에게 읽히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수많은 시간을 뛰어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 날이 기대되는 한 편, 무섭기도 하다. 내 생각을 많은 사람이 읽게 된다면...
그러나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내 글을 읽어보고, 내가 읽으며 감탄하던 수많은 대문호들의 글을 떠올린다. 그 사람들의 창의적인 시각과 세상을 보고 받아들이는 방법,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떠올린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나는 아직 잘 쓰는 사람들의 글을 흉내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구나, 뼈저리게 느낀다. 모방은 창작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되뇌며 스스로를 다잡는다. 이렇게 계속 따라 쓰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글을 잘 쓰게 되는 날이 오겠지.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생각한다. 생각하며, 글을 다시 적는다. 오늘도,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