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을 수 있다면
부모님은 지인의 말을 듣고 수맥을 봐주는 사람을 집으로 부르셨다. 오랫동안 이어진 통증의 원인을 알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그는 철봉 두 개를 손에 쥐고 집안을 돌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방마다 걸음을 옮기던 그는 안방에서 멈춰 섰다. 두 봉이 서로를 향해 좁혀지자 그는 말했다. “여기 수맥이 흐릅니다. 이사를 가야 합니다.” 나는 미신이라고 생각했지만, 부모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결국 우리는 몇 달 뒤 이사를 했다. 하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한다. 사람은 고통의 이유를 찾지 못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게 그 책임을 돌리곤 한다. 불안이 커질수록 믿음은 더욱 단단해진다. 부모님에게 수맥은 통증의 원인이자, 희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믿음이 비록 과학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었다면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