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길 위에서
겨울이 오면 유난히 통증이 매섭게 찾아온다. 몸을 찢는 듯한 고통이 밀려올 때마다 나는 인간의 연약함을 절감한다.
대학병원 병실에 누워 치료를 받는 동안, 하루하루는 생과 사의 경계 위에 아슬히 매달린 시간이었다. 같은 병실에 계시던 한 할머니가 항암치료 끝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녀의 빈 침대를 바라보며,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숨 쉬고 있음을 느꼈다.
그 순간, 나는 죽음이 두렵고 삶이 괴롭다는 단순한 사실 앞에서 무너졌다. 하지만 동시에 질문이 피어올랐다. 이 고통 속에서도 내가 여전히 살아 있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삶은 분명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순간, 삶은 단지 견뎌내야 할 시간이 아니라 살아낼 수 있는 여정으로 바뀐다. 통증이 나를 짓누를 때, 나는 그것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낀다.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하며, 내 삶이 아직 이어지고 있음을 절감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묻는다. “삶이 고통이라면, 그 고통 속에서도 내가 찾을 수 있는 빛은 무엇일까.” 그 물음이 나를 다시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