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마지막 주의 콘서트 전까지, 모두가 한 마음으로 바라던 것이 있다. 그대들이 수록곡을 더 많이 선보여주길 바랐다. 100회 콘서트로 불린 휴먼콘서트 때처럼 말이다. 그때는 너무 어렸고, 몰라서 못 갔던 그 공연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었다. 그대들의 수록곡 무대 간신히 남은 흐트러진 화소의 영상이 전부인 지금, 내 눈으로 꼭 선명하게 보고 기억하고 싶었다. 항상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에게 미리 좋은 소식을 귀띔해 주는 캡틴은 이번에도 스리슬쩍 셋리스트에 오른 노래들의 힌트를 주는 듯했다. 캡틴의 인스타그램이 하나하나 쌓일수록, 우리의 기대는 뭉게뭉게 커져갔다. ‘진짜 이 노래를 무대 위에서 본다고?’ 감탄하면서 저마다의 바람을 쏟아냈다. ‘편지’, ‘사랑이 영원하다면’, ‘눈치 없는 눈물’... 수록곡의 목록이 쓰이고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바란 것이 있다면, ‘헤어짐보다 아픈 그리움’이었다. 이미 지난 MASTERPIECE에서 셋째와 막내의 유닛 무대로 부산에서 나온 곡이었지만, 내가 바라던 것은 다섯이 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모습이었다. 6집, 우리가 둘째와 헤어졌다는 사실이 처음 와닿았던 앨범이었고, 가슴을 아리게 한 시간시간이었다. 나에게 ‘헤어짐보다 아픈 그리움’은 내 마음을 말하는 것 같은 노래였다. 6집을 들을 때면 둘째가 있었다면, 어떤 파트였을까를 끝없이 상상했고, 둘째가 있었다면 어떤 솔로곡을 불렀을까를 궁금해했다.
그렇게 둘째와 헤어졌던 그 시간에 그 빈자리를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며 그리워하는 것이 참 아팠던 시간이었다. ‘헤어짐보다 아픈 그리움’은 켜켜이 쌓인 이 짙은 그리움을 마치 그대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노래였다. 그래서 나에게는 의미가 큰 노래였다. 그렇기에 영원을 말하는 이번 chapter0 콘서트에서 이제는 헤어지지 않을 다섯이 함께 이 노래를 불러주길 바랐다. 더 이상의 헤어짐이 없다는 것을, 과거를 향한 그리움 대신 미래를 향한 영원만을 그려도 된다는 것을 그대들에게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대들에게 끝없이 확인받고 싶어 하는 어린 마음이었다. 그런 내게 그대들은 ‘확인’을 넘어 ‘확신'을 심어줬다. 언제나 그렇듯 그대들은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을 만든다. 그동안 나는 넷이 불렀던 노래를 다섯이 부름으로서 완전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얕고 어린 생각에 그대들은 오늘도 깊이를 더한다. 동그란 무대 위에서 넷이 부르는 ‘헤어짐보다 아픈 그리움'에 젖어 들어 갔다.
그리고 곡이 끝나자, 넷이 서있는 무대를 향해 곧게 뻗은 무대 위에 ‘길'을 부르며 둘째가 걸어 나왔다. 그렇게 둘째가 넷이 서있는 무대에 도착하며 다섯이 함께 부르는 ‘길'로 완성되는 무대였다. 콘서트의 첫날 이미 나는 이 무대의 구성에 마음속에서 감동과 감탄이 앞다퉈 쏟아져 나왔다. 마치 그대들이 다시 만났던 그 순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재회', 내가 이 무대에 붙인 상징이자 의미었다. 잠시의 이별로 제 각기 힘들고 아팠을 시기를 지나, 마침내 둘째와 재회하며 하나가 되던 그 순간이 무대 위에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나만의 해석을 붙여 나가고 있었는데, 오늘 막내가 이 무대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전해왔다. 콘서트를 기획하는 회의 중, 고민하는 넷째와 막내에게 건네는 둘째의 말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하나도 지오디고, 둘도 지오디고, 넷도 지오디지 않냐는 둘째의 말. 몇 명이든, 지오디는 지오디라는 든든한 말에서 이번 콘서트의 유닛 무대가 시작된 것이었다. 내가 그대들을 아무리 사랑해도, 그대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그 마음을 따라갈 수 없다.
그대들이 ‘지오디'라는 세 글자를 사랑하는 마음은 당연하게도 언제나 나보다 앞서가서, 나는 그저 그대들의 걸음을 종종걸음으로 뒤쫓기 바쁘다. 넷이 부르던 노래를 다섯이 불러야 완전해진다고 생각했다. 완전해져야 완성에 이를 수 있다는 어리석은 믿음이었다. 그런 나의 어리석은 믿음과 얕은 생각에, 그대들은 깊고 짙은 사랑을 보여준다. 나는 그제야 ‘지오디'라는 세 글자에 담긴 다섯의 의미를, 하나하나의 의미를 다시금 아로새긴다. 언제나 그대들을 뒤쫓기 바쁜 이 작고 얕은 마음은 오늘도 그대들의 깊은 마음에 졌다. 그대들의 마음의 깊이를 나는 감히 가늠할 수 없다.
그대들이 데뷔한 지 어느덧 26년 차, 그 시간 속에서 그대들은 저마다의 색을 만들어 왔다. 각자의 색을 만들며, 새로운 길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럼에도 다섯이 될 때면, 언제나 처음 만났던 그 길 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한없이 그리워했던 그 모습이기에 어쩌면 나는 거기에 집착을 하고 있었다. 하나보다는 다섯을 원했고, 그 다섯의 그림만을 쫓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하늘색 선글라스를 끼고선 그대들을 바라봤던 것 같다. 그래서 그대들이 그려온 고유의 색을 모두 하늘색으로 보려 했다. 어린 마음의 팬은 ‘다섯'이라는 것이 너무 소중한 나머지 다섯 보석이 내뿜는 찬란한 다섯 빛깔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그대들 고유의 빛을 다시 바라보게 해 준 이번 무대가 고맙다. 내가 그대들을 더 잘 사랑할 수 있도록, 그대들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확신을 심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