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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렝땅 Nov 29. 2022

이젠 유비식 오픈 월드가 좋더라

나이 먹으니 게임도 힘들다

나는 참 오랜시간동안 게임을 즐겼고 지금도 즐기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게임만큼 건전하고 돈이 들지 않은 취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최초로 했던 게임은 마리오였다. 뭐? 마리오? 뭐야, 닌텐도 스위치에 있는 거잖아? 라고 생각하시면 당신은 아직 게임계에서는 뉴비다. 

내가 말하는 마리오는 "오리지널 마리오"다. 80년대 초 닌텐도 패미콤(패밀리 콤퓨타)로 출시된 게임의 그 콧수염 아저씨를 말하는 거다. 이 정도 말했으면 대략 내 나이대도 유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참 많은 종류의 게임과 게임기가 내 손을 거쳐 갔다. 모두 기억할 수 없고 기록할 수 없지만 공식적인 통계 정도로 볼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스팀이다. 나는 스팀을 2003년에 가입했고 약 800개 정도의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정도면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많은 게임을 접했다고 말 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전 내 플스5 홈 화면을 보니 최근 게임 모두 유비 소프트사 게임이었다. 분명 유비식 오픈 월드를 극혐 했던 내가 말이다. "유비식 오픈 월드가 뭔데?"라고 묻는 분들이 계실 거다. 뭔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게임의 분량을 늘리기 위해 게이머를 뺑뺑이 돌리는 시스템"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사실 이런 시스템은 어느 게임이든 있다. 반복 퀘스트, 반복 미션 없는 RPG나 오픈 월드게임은 없다. 하지만 유비 소프트의 오픈 월드는 특히 이 뺑뺑이가 도를 넘어 토가 나올 정도로 심한 거로 유명하다.

그렇게 이 악물고 "유비식 오픈 월드 극혐!"이라고 외쳤던 내가 아무 불만 없이 게임을 하고 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게임을 재미없게 즐긴 사람이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 "갓 오브 워" 모두 억지로 엔딩을 본 게임들이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다르겠지만 내가 이 게임들을 하면서 느낌 감정은 "피로감"이다.

피로감이면 뺑뺑이가 최고지! 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맞다. 의미 없는 뺑뺑이도 피로감으로 치면 만만찮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피로감은 게임 본연의 문제에 있었다.

스토리 중심의 게임인데 퍼즐 요소가 많거나 모험 중심의 게임인데 숨겨진 요소를 찾아야 하거나 그런 것들 말이다.


예전의 나는 이렇지 않았는데 왜 이럴까? 생각해보니 결국 나이를 먹어서 그렇다는 슬픈 사실을 알아냈다. 이제는 정신도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 쉬려고 게임 하는데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쉬려고 게임 하는데 샅샅이 여기저기 다니고 싶지 않다. 쉬려고 게임 하는데 머리 싸매며 퍼즐 풀고 싶지도 않다.

"여기로 가. 네. 여기서 뭐 해. 네. 다시 여기로 가. 네. 여기서 뭐 해. 네. 다시 저기로 가. 네. 여기서 뭐 해. 네." 무한 반복이지만 적어도 게임 본연의 피로감은 적다. 총을 쏘다 뜬금없이 퍼즐을 풀 일도 없고 총을 쏘다 숨겨진 장소를 억지로 찾을 필요도 없다. 그저 총을 쏘고 나쁜 놈들을 처단하는 반복의 연속이다.


누군가는 깊이가 없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시스템 돌려막기라고 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부정하려고 해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런 시스템이 더 정겹다. 슬프지만 그런 나이가 됐다. 능동보다는 수동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그런 나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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