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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랑 Apr 02. 2024

열정의 온도


  나는 지금 정신적으로 힘든 것인가 아니면 그저 마음이 붕 떠버린 것인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공상의 조각들이 내면을 난도질한다.

분명 하루하루 아물면서 더욱 단단해는 지고는 있다만 아무래도 뇌가 맛이 간 모양이다.

무엇을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나 자신에게 물어봐도 정적만이 흐를 뿐이다.

내가 무력함과 열정이 공존하는 이런 일상을 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작년 이 무렵까지만 해도 전혀 다른 양상의 가치관과 생활을 영위하던 차에 이런 일이 일어나 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인생은 항상 나태함과 열정의 사이클의 연속이었다.

그래서인지 학교 공부가 나에게 적합하지 않았던가 싶다. 한 달의 나태와 한 달의 열정의 순환.

딱 한 달 동안 배수의 진을 치고 눈 뜬 동안 공부에만 열을 쏟았다.

심지어 자기 전에도 암흑 속에서 스탠드를 비춰가며 교과서 한 자 한 자 암기했었다.

그런데 웃긴 건 한 달의 열정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폭삭 식어버리고 아무 짓도 안 하고 집에 틀어박혀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이런 식으로 자기기만을 하는 내가 멋있는 줄 알았다.


  열심히 산다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나는 대학에 입학하고도 공부와 학교생활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주식, 코인에 손을 댔고 사업을 할 거라며 철없는 소리를 주변이들에게 내뱉었다.

그땐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고 머리가 좋아 뭘 해도 성공할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도박성 투자를 잘하고 싶었음에도 공부하려는 노력을 일절 하지 않았고 그저 투자에 수반하는 강력한 도파민에 취해 지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공부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인생역전의 꿈을 안고 주문했던 맨큐의 경제학은 밑줄이 빽빽한 채로 아직도 장롱에 보관되어 있다. 물론 그 기록은 1장 수요와 공급에서 멈추어져 있다.

손에 잡힐듯한 일확천금의 기회는 신기루였고 엄청난 부에 손이 닿을듯한 달콤한 느낌은 나의 뇌를 녹여버렸다.

이런 폐인 같은 삶은 결국 수중에 전혀 돈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이 오고 나서야 강제적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그만 두기까지 4년가량 걸린 듯하다.


  그만둔 뒤로는 오랜만에 열정이 얼굴을 스윽 비추었다. 본능적으로 지금이 기회임을 느꼈다. 

그런데 이번엔 평소 보내던 사이클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중이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 내면엔 무력함과 열정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분명히 엄청난 열정이 솟구치고 있는데도 무언가가 멍한 상태이다. 

분명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말이다. 즐겁지 않지도, 슬프지도 않다. 삶의 궁극적 목적이 사라져서? 나는 할 수 없는 인간이란 걸 깨달아 버려서? 자기 객관화를 해버려서? 

머릿속에서 의문은 많지만 해결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가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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