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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May 19. 2023

절대적인 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의 시간 관리

어려서부터 약속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던 나, 부모님과 놀이공원에 가기로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가지 못하게 되면 이유를 막론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떼를 썼다. 또,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일정이 취소되면 친구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보다 내 기분이 상한 것이 우선시 됐다. 친구와 여행을 갈 때도 내가 계획한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이 났고, 늦어지더라도 계획했던 대로 움직여야하는 스타일이었다. 계획은 계획일 뿐인데 차질이나 변수가 생기면 강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변수 결정체인 육아를 만나면서 나의 하루하루의 스트레스는 결혼 전보다 곱절이 되었다.


일이냐, 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나처럼 워킹맘들이 겪었을 법한 하루를 소개하고자한다. 회사 서류 제출 기한이 하루 남았는데,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열이 난다는 연락을 받았다. 남편은 회사 일정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나도 계획이 틀어지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돌봐야하는 상황이다. 일은 마무리해야 되고 아이는 아프고 진퇴양난이다. 보통의 엄마라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아이의 케어일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내 일도 중요한데 남편이 조퇴하지 않은 상황이 화가 난다. 그 화의 방향은 점점 아픈 아이에게로 향한다. 아이가 아파서 속상한 것이 아니라 계획이 틀어진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내 처지를 한탄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아파하는 아이를 보며 회사 일을 하는 이유가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건데 아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한심해진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아이에게 건강상 문제가 생기면 자동적으로 생기는 변수이다. 특히 환절기나 유행성 바이러스가 돌기라도 하면 워킹맘들은 긴장한다. 내가 남들보다 변수에 예민한 것이 사실이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엄마들은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야만 했다. 아픈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무조건 남편에게 아이를 돌보라는 막무가내 방식 말고, 내 안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아낸 방법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시간을 고정시간으로 분류하는 것처럼 육아를 노동시간으로 분류하고, 그에 따른 보상 규칙을 정하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애 엄마면 애 키우는 게 당연하지.”라며 나를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아간다. 그들은 육아를 하는데 무슨 보상이냐는 이야기를 한다. 나는 이런 인식 때문에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어떤 누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냐는 말이다. 나또한 그러한 이유로 딩크족을 고수했던 것이다.

엄마가 아이를 키워하는 것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만 키워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아이가 우선이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회사에 중심을 두어야 할 때는 회사 일이 우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순위는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모든 동기부여 서적에서도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선순위는 나의 시간 안에서 찾아야 하는 데 모든 것이 다 우선순위일 때가 많다.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은 나의 인생에서의 최종 목표, 그리고 나의 커리어, 일과 육아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한다. 어떠한 것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다고 구분할 수 없다. 이처럼 우리는 인생에 우선순위들을 저울질하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나는 나에게 아이를 돌보지 않는 이기적인 엄마라고 말한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일, 육아, 그리고 나의 성장까지 모든 것을 해내고 싶은 단지 욕심이 많은 엄마였을 뿐이다.”라고 말이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엄마였다면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황마다 아이들과 나의 우선순위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매일이 최선은 아닐 때도 있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내가 엄마로써 자질이 있는지, 내 일이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맞는지 고민한다. 일에 치여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할 때나 내 꿈을 향한 도전을 할 때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밤마다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늘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을 가슴 한 켠에 묻는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쌓일수록 내가 엄마로써 자질이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임신·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의 뇌 구조 변화를 분석한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의 엘세리너 우크제마 신경과학 교수 연구팀의 결과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우크제마 교수의 연구팀은 엄마의 뇌 구조는 아기 외에 다른 사람의 감정·생각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그만큼 아기에게 관심을 더 집중하도록 변화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육아에 도움이 되는 변화라고 한다. 우리는 뇌구조까지 변화하면서 아이에게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우리가 여러 상황 속에서 소홀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나의 기준인 것이다. 뇌구조까지 변화하며 아이들을 지켜내고 있는데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 엄마들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 뇌는 이미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안함과 죄책감 대신 나의 시간을 잘 쪼개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양적인 시간이 아닌 질적인 시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의 시간 속에서 절대적인 균형이란 있을 수 없다. 일에 쏟는 시간이 있다면 다른 한편으로 아이에게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늘 변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줄다리기를 하듯 선택적 편향 속에 잘 해내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균형이란, 일, 육아, 그리고 개인적인 성장을 절대적인 비중으로 나누라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분배하여 인생 전체를 바라보는 중심 잡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씽>에서는 “다른 업무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관련해 극단적으로 균형을 깨뜨려야 한다. 다른 문제는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악화되지 않도록 가끔씩 중심을 잡아주면 된다.”라고 했다. 


상황마다 그 때에 따라 나는 균형을 깨뜨릴 수도 있고 다시 균형을 맞춰갈 수도 있다. 이처럼 엄마의 시간은 여러 가지 우선순위와 변수 속에서 최대한의 방법으로 일과 육아 그리고 나의 성장을 지켜내야만 한다.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내 삶을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여러 가지 프로세스들을 구축하게 되었다. 지금부터는 엄마의 시간을 살아가기 위해 내가 고민해 왔던 것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내가 이 프로세스들을 통해 성장했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엄마들도 자신에게 도움 되는 방법으로 각색해서 일, 육아, 개인적인 성장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준비 됐는가?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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