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떤 시절을 지나는 것일까.
어쩌면 두 번째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중일는지도 모르겠다.
" 실은 어젯밤 열네 살 큰아이와 심하게 다투었어요. 그런 이유로 이 자리에 나오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했고요. 제 몸과 마음의 상처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지요. 하나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은 후, 지금 저의 마음은 조금 홀가분해진 듯합니다. 따뜻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오늘 새벽. 잠에서 깨었을 때 저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여태 스스로를 꽤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생각하고, 익히면서, 나름 부단히 애쓰며 살았지요. 한데 어젯밤 저는 저의 바닥 중 바닥을 보게 되었고,
괴물 같던 저의 모습. 거기에 끔찍한 수치심이 느껴졌어요.
더욱 조바심이 나는 데는 , 제 열네 살, 열한 살 두 남자아이를 기르면서 앞으로 어떤 저의 밑바닥을 다시금 스스로에서 들키게 될까 봐 두렵기까지 하다는 겁니다. 오늘 수업으로 제가 내려놓을 것과 가지고 가야 할 것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주어진 듯하여 감사한 마음입니다.
좋은 엄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꾸준히 애쓰며. 어느 때엔 버겁기도 했어요.
이젠 좋은 엄마 말고, 그냥 내 아이의 엄마로. 나를 아껴 볼 생각입니다. "
지난주. 사춘기 엄마의 그림책 수업을 주제로 학부모회에서 진행하는 연수에 참여했던 터. 위의 대화문은 강의 후 그 자리에서 주어진 질의응답시간에 내가 했던 이야기이다.
사춘기아이와, 예비사춘기 아이를 기르고 있는 나. 아무래도 두 아이와 함께 나의 두 번째 사춘기시절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어제도, 오늘도 , 내일도 흔들릴 것이 분명하지만.
그런 날 중에도 아름다울 어떠한 시절들. 이들과 함께 멋지고 , 즐겁게 , 헤쳐지나 갈 것이다.
이렇듯 나를 힘껏 다독여본다.
어쩌면 끝이 보이지 않기에 ,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더욱 두렵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긴 터널을 통과하며 내 아이들을 잘 떠나보내기를.
자라난 내 아이들이 어떠한 열매를 맺게 될는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이토록 조바심이나 속을 태우고 있을 테다. 하나 우리는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 독립된 존재이므로. 울고 웃으며 아끼며 성장하면 될 일이라는 생각이다. 그저 건강한 열매를 맺길 바랄 뿐.
온전한 나로 살아갈 작은 씨앗을 품어본다. 후에 역시 어떠한 열매를 맺게 될는지 도무지 헤아릴 수 없지만. 그 앞엔 어떤 지난한 날들을 맞게 될는지 짐작 조차 할 수 없지만. 그대로 다시 나를 돌보며 나아갈 용기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