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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Jun 07. 2023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내가 있어야 세상도 존재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나는 없는 존재 같았다. 여자라면 그런 걸까? 아니 주부라서 그런 걸까? ㅇㅇ의 아내, ㅇㅇ의 엄마로 살면서 언제부턴가 내 이름은 병원이나 약국에서만 불리는 그런 호칭이 된 지 오래다. 물론, 이름이야 어떻게 불리던 크게 신경을 쓴 건 아니었다. 다만 지난 10여 년 동안의 내 모습이 누군가의 아내이고 누군가의 엄마일 뿐 나 자신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억울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족을 챙기고 보살핀다는 건 참 훌륭한 일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현듯 찾아온 생각들이 나를 깨우려는 듯 나를 향해 질문을 쏟아내는 것 같았다. '만약에 내가 이 자리에서 조금만 벗어난다면 어떨까?' '그동안 내가 나를 위해 해 온 것이 무엇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그동안의 내 모습을 뒤돌아 보았다.



나의 하루의 대부분은 '가족'이었다. 가족을 위해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요리를 했다. 조금만 좋지 않은 음식을 먹거나 나쁜 습관이 보일 때면 잔소리 같은 조언도 남발을 했다. 결혼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다. 그땐  투자한 시간들은 오롯이 내 것이었다. 나를 위해 쇼핑을 하고 틈틈이 운동도 하며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렇다고 남편과 아이들만 챙겼던 그 시간들이 후회가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했다. 다만 그동안 내가 나에게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림자 같았다. 최대한 나를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그래야 하는 줄 알았고 그래서 더더욱 나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나를 찾아줘야겠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런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 몇 개 있다.


나 자신을 잊지 말자.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자.

하고자 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자.

아끼고 후회하지 말자.

지난날을 후회 말고 앞날을 걱정말자.

언제나 우선순위는 '나'여야 한다.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말자

내 인생은 내 것이니까.

내가 있어야 세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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