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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Aug 30. 2023

내 마음만 내 것이란 걸

자려고 누웠는데 첫째가 나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첫째 : "엄마. 우리 엄마. 불쌍하다. 세상도 못 보고.."


나 : "아니야. 엄마는 하나도 안 불쌍해. 그리고 아예 안 보이는 것도 아니잖아. 그동안 계속 보았었고 엄마는 다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어. 그래서 엄마는 괜찮아."


첫째 : "하긴.. 그렇긴 하다. 엄마가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



살면서 가끔씩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것이 나 자신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가족이나 타인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물질적인 이유일수도 있다. 더군다나 장애가 있다면 그 안타까움은 더 커 보인다. 장애인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모두가 항상 괴롭고 불행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나의 장애가 나 스스로에게 안타깝다는 생각을 들게 하지는 않는다. 그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안타까움을 느낄 뿐이다. 그런데 나도 누군가를 보며 가끔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바로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마음과 마주할 때이다. 아직은 어린아이 들이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다른 사람의 감정에 치우치다 보면 자기 자신을 잃을지도 모른다. 물론 어린아이들이 엄마를 챙기는 모습은 참 기특한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엄마의 을 자신의 마음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내심 안타깝고 걱정이 된다.



나의 어린 시절이 그랬다. 엄마가 힘들어 보여서 내가 힘들었다. 그래서 항상 엄마의 마음을 살폈다. 힘들지 않았으면 했다. 엄마가 웃으면 나도 웃었고 엄마가 괴로우면 나도 괴로웠다. 그래서일까? 나는 지금도 엄마의 마음을 살핀다. 남편과 아이들은 물론이고 가까운 지인들의 마음을 지나치게 살핀다. 에게 생긴 장애가 안타까운 게 아니라 나의 장애로 인해 그런 마음을 가질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힘들다. 어쩌면 남의 감정을 내 감정이라고 착각하는 것인 줄도 모른다. 그래서 더 사람들과 마주하는 걸 힘들어하는 듯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신경 쓰다 보면 나 자신은 온데간데없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 그러니 결국 금세 지치고 만다. 영혼이 털린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조금.. 아니 조금 많이 불편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결코 불쌍한 일은 아니다. 그게 전부이다. 그렇게만 느끼면 되는 건데 자꾸만 다른 사람이 나를 바라보며 느낄 감정까지 내가 살피려 하는 게 문제다. 불편한 만큼 나는 내가 터득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안타까움을 느낄 때면 그런 모든 것들이 조심스러워지고 어떻게든 괜찮은척하거나 잘 보이는척하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비칠 내 모습이 불쌍해 보이거나 나 때문에 속상해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마주하는 게 싫은 것일 줄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나를  보는 시선에서 불쌍함 보다는 자랑스러움이 더 크게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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