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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Aug 24. 2023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것


우리 가족은 여러 해 전부터 8월의 끝자락에 휴가를 간다. 늦은 휴가를 가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에 가장 큰 이유는 숙박비가 저렴하고 어딜 가나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휴가철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덥고 습하고 땀이 줄줄 흐른다. 그러니 휴가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이번 휴가는 리플레이다. 예전에 갔던 곳 중에서 다시 가고 싶은 곳 두 곳을 정했다. 그중 첫 번째로 간 곳은 경주이다. 그런데 도착한 경주는 생각보다 훨씬 더웠다. 그래서 더더욱 차에서 내리기가 싫어졌다. 더군다나 아침에 먹은 멀미약의 부작용으로 졸음과도 싸워야 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 그냥 멀미를 하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도 다.



일단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교리김밥집에 들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숨이 턱턱 막혀왔다.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을지도..? 교리김밥은 경주에서 꽤나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작년에 왔을 때도 아침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서 겨우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오늘은 점심시간을 훌쩍 지난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았다. 역시나 가격은 조금 비싼듯하지만 계란지단이 듬뿍 들어가서 의외로 너무 맛있는 김밥과 아주 이열치열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주는 뜨끈뜨끈한 잔치국수를 먹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불국사로 향했다. 작년에 경주에 왔을 때 아이들이 힘들어해서 가보지 못한 곳이라 이번에는 필코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차에서 내리니 역시나 덥고 습하고 졸리고 다리 아프고 지치고 힘들었다. 아침에 먹은 멀미약을 원망하며 남편의 팔에 매달려 걸었다. 아이들도 이미 지쳐 보였다. 방학 내내 집에만 있던 집순이들이라 더 그랬던 모양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꼭 아이들에게 다보탑을 보여주고 싶었다. 십 원짜리 동전에 그려진 그 다보탑을 실제로 보면 얼마나 신기해하고 좋아할지 내가 다 설레었다.


드디어 다보탑.

나 : "우와. 얘들아 다보탑이야. 신기하지?"

아이 : "..."

나 : "아니, 얘들아. 십 원짜리 동전에 있던 그 다보탑이라니까. 본 적 있지?"

아이 : "응. 그렇구나. 봤던 것 같긴 한데.. 얼른 가자. 더워."

나 : "..."



이건 뭐..

하긴.. 내가 어릴  보았던 다보탑도 그리 신기하거나 놀랍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지금 내가 다시 다보탑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나의 흐린 시야에 들어온 다보탑은 참으로 견고하고 멋있었다.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다보탑을 지나치며 뒤돌아서 다시 한번 더 내 눈 속에 담아본다.



저녁을 먹고 숙소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십원빵을 사 먹었다. 십원빵이 왜 십원이 아니냐며 묻는 둘째에게 치즈값이 어쩌고 저쩌고 답을 해주다가 그냥 먹기나 하라며 작은 손에 빵을 쥐어주었다. 역시 맛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핫케이크 속에 짭조름한 모차치즈가 가득 차서 흘러내린다. 아이들은 환호하고 나 역시 행복하다. 역시 여행은 보는 것보다 먹는 게 남는 거다.



경주에서 먹은 십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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