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눈이 많이 아파서 TV보다는 소리로 더 많이 의지를 한다. 그래서 책을 듣거나 좋아하는 성경을 듣는 경향이 많아졌다.
지원사 선생님은 갑자기 청소기를 돌린다고 하셨다.
그래서 난 자리를 피해 주었는데 청소기가 안 되나 보다. 아니 전원이 들어오지 않나 보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름 있는 회사 거 아니면 서비스받기 어려운데......"
"그러게요. 세월은 못 이기나 보네요. 모든 전자제품이 말이죠."
근데 좀 이상하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이 청소기 청소하는 걸 한 번도 보질 못한 것 같다. 아니. 전번에 시도하시려다 결국 못하시다 보니 나 보려 해 보라고 하셨지만 글쎄, 어디였지 막막하기만 했다.
선생님이 퇴근하시고 주은이는 부스스 잠에서 깼다. 그리곤 말한다.
"할아버지한테 갈 거지."
"응"
"고깃국 사가지고 가자"
"그래"
그래서 장애인콜을 불러 집을 향했다.
아빠가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우리가 감으로 또 고기 국이라서 말이지 같이 저녁을 먹고
다시 장애인 콜을 불러 집에 왔다.
주은이는 학교로 갔고 나는 집에 들어왔다.
오전에 선생님이 청소기 이야기하신 것이 기억나 나는 거실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찬찬히 보기 시작했고 만져보았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먼지가 가득 담겨 있는 그 부분을 찾아낸 것이다. 그래서 청소기를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었다.
물로 깨끗이 닦은 것을 바짝 말려서 끼워 노면 되겠지.
잘 됐으면 좋겠다.
다음엔 밥솥 도 내가 보아야 할까?
나는 잘할 수 있을까?
청소기 덕분인지 그래도 자신감이 붙는 것 같다. 나도 할 수 있는 게 있었구나 싶어서 말이지.
그러고 보니 참 집에 들어오기 전에 나는
내가 자주 들리는 14층 집사님의 집에 놀러도 갔었다.
마트에서 겨울을 위해 자신의 목도리를 사신 모양이다. 커피를 내어 주시고 간식을 내어주신 바람에 배불리 먹고 마음껏 나눈 이야기가 가슴속에 숨겨진 응어리마저 슬슬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빠가 내일 또 병원을 가시는가 보다.
병원 다녀오신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가시는 거 보니 그리 좋지는 않으신가 보다.
주은 이 덕에 친정 집에 잘 다녀온 게 좀 놓이는 마음 된다.
내가 청소한 청소기는 내일 잘 될까? 잘되면 좋겠다. 오늘도 주은이가 또 늦는가 보다. 과제로, 기말시험으로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버거울 텐데 짠해지는 엄마의 마음이다.
이번 주 잘 넘어가기를 소망해 본다.
다음날 아침
지원사 선생님은 출근하셨다.
깨끗이 청소된 청소기를 보면서 살짝 놀래는 듯싶다.
결국 , 내가 예상했던 대로 청소기는 잘된다.
지원사 선생님에 고맙단 말은 없었어도
참 쁘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