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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뚜리 Dec 07. 2024

모녀에게 서로 중요한 날

내겐 노래가 희망이고

나의 부족함을 가려 주는 작은 커튼이었다.

줄어드는 소심함의 다툼.

더 재미있는 건,

군데에 동시에 합창을 참여해도

노래들은 절대 겹치지 않는다는 게 더 흥미롭고

내 마음에 희미한 열정과 긍정의 촛불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런 나의 어제였다.

지원사 선생님이 출근하시고

커피를 같이 마시며

내게 건네 주시단체 티.

그러나 살짝 불안했던 건, 공연시간과

지원사 선생님의 퇴근 시간이 애매한 갈림길.

그래서 난 그만 부탁의 손을 내밀었다.

아무리 어정쩡하게 보인다 해도

혼자는 어렵다고.

그러자 지원사 선생님도

끝까지 같이해 주시려나 보다

그 덕에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쉬어진다.

사실 그 일로 난 공연에 참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흔들렸으니까.

지원사 선생님은 간단하게

점심을 밖에서 먹자고 했다.

그 바람에 난 비빔밥을,

선생님은 쫄면을 드셨다.

든든한 배를 깔끔하게 커피로 마무리했다.

우리가  엔타몰에 갈 땐

많은 분들이 이미 와 계셨다.

그런 우린 첫 번째 공연 연습을 하는데,

갑자기 희미하게 들리던 반주소리.

귀를 쫑긋 세우는데 옆에 친구가 마이크로 노래하니

소리를 크게 내는 데에자신이 생겼고

그 덕에 나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근데, 실제공연할 땐

소리가 조금 더 커져서 좋은 시작의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런 여러 소리에 난 너무도 예민한 반응 때문일까?

살짝 공황이 와 당황했지만

다리를 살짝 벌려 서니 스스로 괜찮아진다.

그 덕에 공연을 안전하게 마칠 수 있었고,

쉽게 집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나의 보람된 하루다.


무엇보다 친정집 갈 때 고기나 사가지고 갈까 하는

속마음이 그만 들킨 걸까?

지원사 선생님도 마트를 구경하고 가자고 해서

우린 각자 고기를 하나씩 샀다.

안 그래도  고민이었는데 잘됐지.


그런 어제, 나 뿐이 아닌

주은이에게도 참 중요한 날이었다.

2년 동안 준비한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의

면접시험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약했던 전철도 그만 취소가 되었고,

서둘러 시외버스로 다시 급하게 예약하는 번거로움의 하루였다.

아직 전철비는 돌아오진 않는 상황이 되었지만,

나의 공연도 주은이의 면접도

잘 끝마친 하루가 오히려 고마워진다.

무엇보다 주은이가 친구랑 단둘이 가는 서울행이라 걱정했는데

주은이 아빠가 그 시간에 맞춰 왔었나 보다.

그래서 마음이 더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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