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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뚜리 Dec 28. 2024

12월 이야기

어릴 적 크리스마스가 기억나는 12월이다.

어릴 적이 순수했던 걸까?

아니면 지혜가 부족한 걸까?

나는 초등학생 때까지

산타 할아버지가 있는 걸로 믿었다.

그러던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모든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이었다.

다른 때와 똑같이

머리 뒤에 양말을 걸어놓았다.

잠에 들었다가 깨었다가,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아빠는 윗목의 밥상 앞에 앉자

무언가 글을 열심히 쓰시는 것 같았고,

내 양말 안에 꼬깃꼬깃한 돈을 넣는 기분이었다.

이미 모든 사실을 들켰지만

그 다음 날 아침이 왔을 때

이 사실을 모른 척하는 것이 그만 어색해

다 이야기하고 말았다.

그 뒤로는 아빠도 더 이상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겐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한 해를 되돌아보니

많이 힘들었던 일들이 떠오르는 것 같다.

부모님도 연세가 있으셔서

엄마는 결국 요양원에 가셨고,

아빠는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되고 말았다.

 유난히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던 한 해였고,

나 역시 두 발목을 다 다치고

너무나 힘든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다가오는 내년에는 좀 나을 수도 있을까?

걱정 반 근심 반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는 것 같다.

저녁이었다.

밥을 혼자 챙겨 먹고 차를 한잔 하려는 찰나

나는 깜짝 놀랐다.


이유는 커피포트 뚜껑이

망가져 있기 때문이다.

지원사 선생님은 아무 말도 없었는데

무슨 일일까?

그래도 안 되는 건 아니기에

차 한잔 끓여 마시고,

세탁기 필터 청소와 함께

집안 청소도 했다.


우리 지원사 선생님은 한 번 물건이 안되면 거기엔 손을 대시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그냥 막막하기도 하다.

왜냐면 지원사 선생님의 역할은

활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보조해 주는 것인데

내가 참지 못하고 다 해버리기 때문이다.


 들면 세탁기 필터 청소할 시기는

한참 지났는데,

하시는 걸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청소기 청소, 세탁기 청소, 결국 내가 다 한다.

그다음 날이 되어도

선생님은 아무 일 없는 듯 태연했고,

내가 먼저 말을 꺼내자 해명을 바로 하신다.

이야기 듣다 보면 내가 죄인 같은 느낌.

커피보트는 원래 망가져 있었다고 하신다.

그러시다가 결국 힘들게 인정하며

망가졌는데 알려주지 않고

방치했던 것에 대해 사과 하신다.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시다

미안했는지 점심을 사주셨지만,

마음의 상처는 지워지질 못했다.

그래 표현력 은 내가 잘못인지는 모르지만

어디까지 이해 해야 할지는 고민된다.


시각 장애인은 팔을 밀면 된다고 알면서

문 밖을 나가자 바로 손이 자동으로

내 팔을 밀어버린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시각장애인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손이 무심결에 그렇게 된다는 그 자체를

스스로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지.

괜히 내 설명에 서운함을

끼얹어 버렸구나 싶다.


감기처럼 심하게 고 나면

봄처럼 나아질까?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리고 나니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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