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술꾼도시워킹맘 Jan 17. 2023

술, 좋아하세요?

소주에 진심입니다.

슬기로운 주(酒)식(食) 생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슬기로운 주(酒)식(食) 생활 매거진을 발행하려니 매거진 이름에 한자는 입력이 불가능하다. 이런. 투자와 전혀 상관없는 주(酒)식(食) 관련 이야기들을 풀어나갈 예정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태어나길 알코올이 잘 받는 체질이라는 건 고등학교 시절 깨달았다. 지금이야 미성년이 술을 사기 어렵지만 90년 후반에는 소위 좀 삭아 보이는 고등학생이 소주 몇 병 사는 건 일도 아니었다. (지금도 내가 모르는 그들의 세계에선 술을 사는 루트가 있겠지 싶다)

주로 공원 구석이나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상가건물 높은 층의 계단에서 먹었는데 소주 몇 잔에 취해 헤롱대기도 하는 애들 사이에서 나 혼자 늘 멀쩡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시절 마시던 술은 맥주가 아니라 늘 소주였다.


대학에 입학하고는 물 만난 물고기였다. 신입생 OT, 좋아서 마셨고 밤새 마시면서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동기들, 선후배들과 학교 앞 주점이나 호프집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셔댔고 축제니까, 시험이 끝났으니, 동기가 군대 가니까와 같은 온갖 핑계로 술술술의 연속이었다.

학생 주머니 사정이 얄팍하니 주종은 거의 소주 아니면 맥주였다. 맥주도 비싼 병맥보다는 생맥주, 그것도 물을 타는지 소주를 타는지 탄산이 약하고 조금은 싱거운 3000cc 피쳐였다. 맥주는 배도 부르고 잘 취하지 않으니 어느 정도 먹다가도 마무리는 항상 소주였다.


 




입사를 하고 연애를 하며 20대를 지나 30대가 되도록 술이란 것에는 도통 지침이 없었다. 조금씩 달라진 것은 술과 안주에 조금은 넉넉히 돈을 쓸 수 있게 되었고 떨어지는 체력 탓에 밤새 마시는 건 어려워졌고 간의 해독능력이 한계치에 다다랐는지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진다는 정도.



어린 시절의 치기 어린 음주시절이 지나가고 돈을 벌고 나이가 먹어가며 어른의 음주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에도 와인, 위스키, 데낄라, 맥주와 막걸리 등등의 수많은 술이 있지만 그래도 소울메이트처럼 느껴지는 술이 있다면 바로 소주다. 대한민국에서 '나는 술꾼이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치고 소주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슬기로운 ()() 생활 매거진을 엮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애당초 브런치에 도전하고 글을 써보자 마음먹으며 필명을 술꾼도시워킹맘으로 정했을 때부터 앞으로  글의  줄기는 술과 워킹맘에 대한 것이었을 테다. 슬기로운 ()() 생활 속에 어떤 술과 음식이, 어떤 추억이 담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했던건  글은 '소주' 대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 소주에 대한  어떤 사명감이랄까, 소주와 엮인 운명 같은 것이랄까.








소주 예찬


소주를 좋아하는 1인으로 소주의 장점에 대해 어필해보려 한다. (물론 소주도 증류식과 희석식이 있지만 여기에선 삶의 동반자와 같은 희석식 소주를 일컫는다)


싸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 마트에서 1병씩 낱개로 사도 병 당 1,500원이 넘지 않는다. 식당에서 마셔도 대략 5,000원이다. 지역에 따라 4,000원을 받는 곳도, 7,000원을 넘게 받는 곳도 있지만 대한민국 평균 소주 가격은 마트나 편의점에서 2,000원이 넘지 않고 식당에서도 2만 원이면 3~4병을 마실 수 있다. 세상에 싼 가격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던가.



음식과의 마리아주

술과 음식에 한 없이 관대한 나의 시선이긴 하지만 소주만큼 음식과의 마리아주를 가리지 않는 술이 있을까. 국밥에 소주, 회와 해산물에 소주, 매운탕에 소주, 삼겹살에 소주, 닭발에 소주, 과메기에 소주, 수육에 소주 등등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소위 한식 베이스의 안주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음식들과 소주의 궁합은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소주 메이트로써 의외의 어울림을 보여주는 음식들이 있다. 피자, 치킨, 튀김, 스튜. 기름진 튀김 베이스의 음식과 녹진녹진한 치즈나 크림이 들어간 음식들은 맥주나 와인과 어울릴 것 같지만 (물론 어울린다) 소주와도 의외의 궁합을 뽐내기 부족하지 않으니 한 번쯤 시도해 보시기를.


오징어나 땅콩, 마성의 새우깡은 말하기도 입 아프고 편의점에 들어가 손에 잡히는 그 어느 것이라도 소주와 안 어울리는 안주거리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접근성

소주는 언제 어디서나 구하기가 쉽다. 요즘은 와인이나 위스키, 종류별 막걸리나 전통주도 접근성이 상당히 높아지기는 했다지만 소주만 하랴. 대한민국에서는 산골 오지에 가더라도 동네 구멍가게에서 소주 한 병은 구하기가 쉽기 마련이다. 하물며 K-소주의 명성이 날로 커져가는지라 웬만한 외국에서는 소주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



골라먹는 재미

소주를 좋아하긴 하지만 소믈리에 수준은 아닌지라 지역 별 소주의 맛 차이까지는 구분하지 못한다. 사실은 해본 적이 없어 구분하지 못한다 했으나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몇 개쯤은 맞추려나 싶기도 하다. 서울엔 참이슬과 처음처럼, 부산에는 시원과 대선, 경상도 좋은데이와 참, 전라도 잎새주와 하이트, 제주도 한라산까지 우리나라는 각 지역 별로 지역 소주가 있다. 여행을 가면 특산물과 지역 소주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추억

20살 시절부터 와인과 위스키만 마신 사람이 있을까. (태어나니 금수저인 양반들 말고 보통인 기준에서 말이다) 소주는 술을 배울 때 마셨던 술일 테고, 어린 치기로 못 이길 만큼 부어라 마셔라 했던 기억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소주의 초록병이 청춘의 파릇파릇함으로 오버랩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나 역시도 대학시절, 풋풋했던 연애 시절 늘 소주와 함께였으니 말이다. 소주를 마시면 어떤 날은 누구와 마시는지, 어떤 날은 어디서 마시는지, 어떤 날은 무슨 음식과 먹는지에 따라 그땐 그랬지 하며 소중한 기억 한 자락을 떠올릴 수 있는 초록병인 것이다.



꼴꼴꼴


더 생각하면 소주가 좋은 이유 열 가지쯤은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소주 예찬을 여기서 마무리하며 위에 언급한 것들 말고 소주를 마실 때 좋아하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꼴꼴꼴". 소주병을 따고 첫 잔을 따를 때만 들을 수 있는 바로 그 "꼴꼴꼴" 소리. 맑고 청아한 그 소리, 한 병을 다 마시는 내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주병을 누군가가 만들어주면 참 좋겠다.



오늘 퇴근하고 소주 한 잔 어때요?




이미지출처 : pixaba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