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첫 인사평가에서 A를 받았다. 2022년 인사평가 결과는 A에서 B로 내려갔다.
사실 'B'라는 결과가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예측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년 사이 부서가 3번이나 바뀌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년에 비해 열정이 줄어들었다. 부서가 3번 바뀌었다는 것은 상사가 3번이나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에 재미를 붙이려고 하면 바뀌고, 배우려고 하면 바뀌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 안의 열정도 연소돼 갔다.
이쯤 되면 인사이동이 왜 이리 잦은 지 궁금할 것이다. 우리 회사는 공채와 비공채의 신분 차이(?)가 크다. 우스갯소리로 비공채는 노비, 공채는 양반이라는 소리도 돌 정도다.
나는 당연히 비공채다. 이 회사에 3년 넘게 일할줄도 몰랐고, 당시 '아무 곳이나 일단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서 경쟁률이 낮은 비공채로 지원했다. 인턴과 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이 됐지만, 공채로 합격한 이들에 비해 당연히 연봉도 적고 복지도 다르다.
공채로 합격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부서이동도 잦다. 계속된 부서이동에 처음에는 '나를 갖고 회사가 장난하는 건가', '내가 만만해 보이나' 등 분노를 쏟아냈다. 하지만 결국에는자격지심만 늘어갔다.
내가 이번 인사평가에서 B를 받을 줄 알았듯 첫 번째 인사평가에선 A를 받을 줄 예상했다. 허세가 가득한 발언이다만, 그만큼 당시 열정이 대단했다. 자발적 야근도 꽤 하고, 나름 궂은일도 적지 않게 했다. 신입의 패기로 똘똘 뭉쳤었다. 어쩌면 비공채도 이 정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더 노력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B가 나쁜 점수는 아니다. 그냥 딱 평균정도의 점수를 받은 셈이다. 그래서 크게 충격받진 않았다만, 어찌 됐든 아쉬운 점은 있다. 내가 만약 한 부서에서 1년 내내 일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 말이다. 또 인사평가를 한 상사와도 함께 일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나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어째 회사 생활을 하면 할수록 푸념만 늘어가는 것 같다. 푸념도 습관이라는데, 올해는 좀 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