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오랜만에 쓰다 보니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마지막 글을 올렸을 때가 아마 1월 말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초록빛이 움트는 봄이 왔다.
2월의 일상은 단조로웠지만, 단조롭지 않았다. 올해 초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일념으로 2월에만 2개의 자격증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는 말이 나에게 해당되는 말일줄 몰랐다. 기초지식도 없는 분야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업무를 마치고 나면 곧장 공부에 돌입했다.
신청한 자격증은 사회조사분석사 2급과 ADsP(데이터 분석 준전문가)로, 모두 데이터 관련 자격증이다.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나와는 무관한 분야의 자격증인지라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
특히 직장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 다행히 이번에 팀장이 새로 바뀌면서 재택근무를 용인해 줘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한 달에 자격증 2개 따기'라는 목표를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먼저 본 시험은 사회조사분석사 2급 필기였다. 2주 조금 넘게 공부한 것 같은데, 외워야 할 수학 공식이 많아 머리가 핑핑 돌았다.
이 시험은 총 3과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마지막 과목이 관건이다. 3과목에서 수학문제가대다수를 차지하기에 과락만 말자고 다짐했는데(한 과목이 40점 미만에 해당하면 과락으로 불합격이다), 다행히 시험 보기 전날 풀었던 문제들이 꽤 많이 나와 비교적 수월하게 풀었다.
가채점 결과도 합격이었다. 운이 좋았다. 시험 전날 친 모의고사도 3과목이 42점으로 간당간당했는데, 운이 좋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adsp 시험 당일 운세.. 괜히 봤다.
두 번째로 친 시험은 ADsP다. 첫 번째 시험을 치고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2주도 안 됐기에 빠듯했다. 더군다나 중간에 직장 내에일이 생겨 거의 일주일밖에 공부를 못했다. 준비기간이 워낙 촉박해서 자격증 시험을 환불 처리할까도 고민했는데, 이미 ADsP 관련 책을 사놓은 상태라 무르기가 애매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을 일주일 동안 나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한동안 안 나던 여드름까지 달면서 공부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요약정리본만 달달 외우고 갔는데, 내가 예상했던 문제들과는 전혀 다르게 나와서 속으로 '망했다'를 연발했다. 시험 치기 전 오늘의 운세에서 '대략난감'이 나오길래 '설마...' 했는데, 말 그대로 대략난감한 시험을 치렀다.
시험을 친 후 결과를 궁금해하는 아버지께 "시험 망했어. 이번엔 좀 쉽지 않았어."라고 토로하니, 아버지는 "그럼 일주일 공부하고 합격할 줄 알았냐!"라고 말씀하셔서 맞는 말이다 싶었다. 생각해 보면 요약정리본만 보면서 요행을 바란 듯 싶다. 역시 요행을 바라면 안 되는 걸까.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뻔뻔하게 요행을 바라봐야지.
'직장을 다니면서 자격증을 딸 수 있는가' 묻는다면 '할 수는 있다'라고 답할 것 같다. 하지만 재택을 하지 않고 사무실 출근이 잦다면 비추천이다. 체력이 좋다면 당연히 괜찮지만, 나처럼 지하철 계단 오르내리기도 벅찬 직장인에게는 체력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자격증을 공부하면서 성취감과 뿌듯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또 운 좋게 합격까지 하니(일단 비록 한 과목이지만)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풍요로워지는 마음 덕에 '직장을 다니면서 자격증 따는 걸 추천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일단 '추천한다'라고 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