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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단이 May 06. 2023

우리 대화에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한다

10년 지기와의 대화

얼마 전 10년 지기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소담을 나눴다. 이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내 고등학교 시절 첫 짝지다.


첫인상만 보고 깍쟁이 같은 것이 ‘얘랑은 절대 못 친해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말을 트고 보니 웃음포인트가 잘 맞아 10년을 넘는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편의상 이 친구를 ‘마니’라고 하겠다. 실제로 내가 친구를 부르는 애칭인데, 최근 이름을 바꿔서 이 애칭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이름에 어떤 애칭을 붙일지 고민 중이다.



마니와 함께 거닐은 서울숲. 우린 참 성수를 좋아해.

마니와 만나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과거 이야기라 함은 주로 학창 시절 이야기다. 우리는 남녀공학이지만, 남녀분반인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 시절 마니와 나는 함께 ‘인서울’이라는 목표를 안고 있었다. 남녀공학임에도 여고 같은 삶을 살았던 우리는 꾸미는 것에는 하등 관심이 없었고, 항상 어른이 된 우리를 상상하며 얘기했다.


사실 마니는 항상 전교권에 들던 친구라 교내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반면 난 평범하디 평범한 성적을 가졌다. 어느 정도였냐면 당시 내가 담임선생님께 “인서울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라고 하면, 선생님께선 “그냥 지방국립대를 넣어보는 건 어떠니?”라고 나의 기대를 무참히 깰 정도였다.


그러나 내가 대입을 준비할 때, 운 좋게도 '학생부종합전형' 붐이 일었고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교내 대회를 모두 나갔다. 심지어 나의 진로와는 전혀 상관없는 요리대회, 게임대회를 나가기도 했다(물론 두 대회에서 난 예선 탈락했다.). 그렇게 교내에서 했던 여러 활동과 자기소개서를 합쳐 간신히 서울 끄트머리에 있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마니와 만나면 ‘그때 우리 참 독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심지어 나는 고등학교 1학년 생활기록부에 ‘독하다’는 말이 실제로 써져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독하다’는 말은 부정적인 어감이 강했기 때문에, 난 "생기부에 어떻게 독하다는 말을 쓸 수 있냐"며 속으로 노발대발했다. 그러나 지금은 “뭐든 독하게 해야 성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으니,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이런 나의 모습을 미리 예견한걸 수도 있다.



'티보의 그림정원' 전시회. 전시회 가는 게 소소한 낙이다.

마니와 이런저런 과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점은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그래서 우린 그때보다 지금 더 행복한가’, ‘그때에 비해 우리가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등 건설적인 얘기를 많이 하는데, 마니와 나는 공통적인 의견을 보일 때가 많다.


특히 과거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점에서 결이 같다. 학생 시절에는 똑같은 옷에 비슷한 헤어스타일은 물론 거의 동일한 하루일과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삶을 꾸릴 수 있다. 직장에 허덕일 때가 많긴 하지만, 어찌 됐든 내가 자유로이 쓸 수 있는 ‘내 돈’이 있고, 내가 원하는 대로 나 자신을 가꿀 수 있다는 게 큰 메리트다.


나도 몰랐던 내 취향이나 성격을 알아갈 때 즐거움을 느낀다. 고등학생 때는 내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줄로만 알았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생각보다 틀에 박힌 일을 좋아했고, 액티비티 한 활동보다 전시회 관람을 더 즐겨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 대해 알지 못했던 점들을 새삼 깨닫는데, 몇 년 후의 나는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좋아하지 않는지 더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있겠지.



고등학생 때는 시간이 그렇게 안 흐르더니 어느덧 28살이 됐다. 슬슬 결혼하는 친구들도 보이고, 심지어 아기까지 낳은 친구들도 있다. 세월이 참 빠르다. 이 얘기를 엄마한테 하면 ‘너도 세월이 그렇게 빨리 흐르는데, 엄마는 얼마나 빨리 느껴지겠니.’라는 말씀을 하신다. 25살 때까지만 해도 30살이 된다는 게 참 무서웠는데, 이제는 30살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그때는 얼마나 더 내 취향에 맞게 내 삶을 꾸려갈까.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영위하는 내 모습을 기대하며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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