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삶에 정답을 찾는 나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28살 정도 되면 인생의 방향성 정도는 정해질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모호해지고 심지어 의문마저 든다. ‘이대로 사는 게 맞나’,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등의 고민을 하면서 남들과 내 삶을 비교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는 현재 어느 작은 언론사에서 3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 기자의 꿈을 꾸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대학 시절 ‘기사 쓰기’ 과제를 제출했는데, 당시 교수님께서 좋은 피드백과 함께 “기자 하면 되겠다”는 우스갯소리를 듣고 진로를 덜컥 결정했다. 참으로 단순하지 않은가. 그때는 이정표 없이 인생을 보내고 있었던 터라 교수님의 칭찬 한 마디를 지표로 막연히 기자를 꿈꿨다. 이후 운 좋게 한 언론사의 인턴으로 들어갔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고찰하지 않은 대가인지 요즘 들어 고민이 많아졌다. 우선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는지부터 의심이 든다.
물론 글 쓰는 일은 좋아하지만, 처음 본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여전히 버겁다. 직업 특성상 낯선 이들과 식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게 이 과정은 힘겹다. 어떤 이들은 새로운 만남 자체를 즐길 테지만 나는 서로 이득을 보기 위해 친한 척해야 하는 그런 눈에 보이는 관계가 싫다고 해야 할까.
또 돌발상황이 빈번히 일어나는 상황도 나를 긴장에 빠뜨린다. 돌발상황은 누구나 반기지 않을 터다. 그러나 이 직업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새로운 사건사고가 매일 터지고 이를 즉시 처리해야 하다 보니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성취감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낮은 성취감을 고취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는 등 외부에서 노력해 봤으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해야 할까. 공허함이 채워지질 않았다. 성장가능성, 성취감 등을 중시하는 내게 이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다가왔다.
‘만약 기자라는 직업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하는 막연한 고민도 했다. 그런데 직업을 바꾼다는 게 어디 쉽나. 그간 해왔던 모든 일을 포기하고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이민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혼자 끙끙거려도 나오지 않는 답에 얼마 전에는 직업적성검사를 했다. 반은 진심으로 반은 장난으로 해본 직업적성검사지만, 고등학교 이후 거의 10년 만에 처음 해보는 거라 두근두근거리며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처음에는 결과가 잘못 나온 줄 알았다. 매우 극단적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난 현실형에는 매우 저조한 결과를 보였고, 관습형과 진취형에 치중된 결과를 보였다. 이에 걸맞은 직업으로는 감정평가사, 건축안전, 환경 및 품질 기술자, 레스토랑지배인, 마케팅 및 여론조사 전문가, 변리사, 세무사, 자산운용가, 회계사, 총무 및 인사관리자 등이 나왔다.
그중 내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고 흥미로운 일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가장 재밌어 보이는 직업군은 마케팅 및 여론조사 전문가와 총무 및 인사관리자였다. 이와 관련한 인사 공고를 보고 여러 군데 넣긴 했는데 모두 서류에서부터 탈락했다. 이직도 쉽지 않고 그냥 버티는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내가 꿈꾸는 삶은 무엇일까. 막연하게는 내가 원하는 물건을 가격 고민 없이 사는 삶을 살고 싶다. 또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덜하는 삶을 살고 싶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에 있어 자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28살의 나는 나를 알아가는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 아직도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많은 경험이 이에 대한 해답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