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3박 5일 여행기 DAY3
셋째 날은 호이안을 갔다. 지난해 베트남을 다녀온 부장님이 다낭보다 호이안을 더 극찬해서 대체 어떤 지역일지 호기심이 일었다. 호이안을 직접 가보니 내가 생각하고 상상한 베트남 그 자체였다. 노란 벽에 매달린 알록달록한 등불이 거리를 비추고, 강을 둥둥 떠다니는 바구니배가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다낭에서 호이안까지 1시간보다는 덜 걸린다. 확실히 바나힐보다는 가까운 거리였다. 우리는 어떤 업체에서 무료로 셔틀버스를 태워준다길래 그 업체를 이용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공짜가 웬 말인가. 업체에 가보니 1인당 왕복 10만 동과 함께 버스 기사팁도 요구했다. 그래도 그랩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저렴해서 그러려니 했으나, 결론적으로 우리는 호이안에서 다낭으로 돌아오는 셔틀버스를 타지 못 했다. 시간과 정류장을 착각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명확하게 정보를 알려줬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
호이안은 밤이 아름다운 지역이다. 운 좋게도 호이안의 강 앞에서 일몰을 볼 수 있었는데 자연의 아름다움에 황홀함을 느꼈다. 평상시에는 ‘신비롭다’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신비롭다’, ‘경이롭다’는 단어를 참 많이 사용했다. 자연은 인간에게 한마디 말없이도 위로를 주는 존재라는 걸 새삼 느꼈다.
호이안에서 꼭 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소원배 타기'다. 난 배 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배'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예전 유럽 여행에서도 비슷한 작은 배를 탔다가 다리를 다친 적이 있어서 사실 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고 하면 바로 소원배 타는 순간일 것이다.
우린 소원배 타는 것을 클룩을 통해 미리 예약했다. 그러나 미리 예약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면 소원배 근처로 가면 그곳의 주민들이 우릴 따라오며 타기를 권유하기 때문이다.
굳이 예약을 안 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탔을 텐데, 우린 이미 예약을 했기 때문에 예약시간에 맞춰 미리 정류장 인근으로 갔다. 배를 타기 전 소원초를 주는데, 보통 때 같았으면 언제나처럼 '이직'을 빌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행은 사람을 낭만적으로 만드나 보다. 이번 소원은 ’언제나 내가 가는 방향이 옳은 방향이길‘이라는 추상적이지만,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을 빌었다. 내 믿음대로 실현되길 바라본다.
배에서 내리기 전 대부분의 뱃사공이 팁을 요구한다. 팁은 자유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안 줄 수 없어서 1만 동(=550원)을 드렸다. 보통 1만~2만 동 정도로 준다고 하니 팁을 낼 예정이라면 현금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팁을 내지 않을 사람이라면 안 내도 된다! 팁은 온전히 본인의 자유다.)
이후에는 ‘메모리즈쇼’를 보러 갔다. 동선이 꼬이게 된 모든 원인,, 바로 메모리즈쇼..!
우선 메모리즈쇼를 보러 가려면 올드타운에서 그랩을 이용해야 한다. 공연장이 생각보다 멀리 있기 때문에 걸어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첫 번째 위기에 봉착한다. 바로 그랩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랩은 한국으로 치면 카카오택시 같은 어플이다. 왜 안 잡혔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아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잡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메모리즈쇼 시간은 다가오고 차는 오지 않고.. 말 그대로 식겁했다.
참고로 우린 그랩으로 오토바이를 부르지 않고 차를 불렀다. 아마 오토바이를 불렀으면 더 잘 잡혔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곳에서 그랩을 이용할 예정이라면 차보다는 오토바이 부르는 것을 추천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그랩이 선결제 방식이라는 점이다. 물론 선결제 방식이라 바가지요금이 없다는 점은 좋다. 그러나 내가 타지도 않았는데 다른 사람을 태우고 갑자기 운행을 시작해 내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어 당황스러웠다.
내가 타지도 않았는데! 내 계좌로 돈이 2번이나 빠져나간 것이었다! 결국 그랩 고객센터에 문의해서 일부 요금을 환불받았다. 이 고객센터 문의 과정도 상당히 귀찮다.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고, 번역기를 쓴다고 답장을 느리게 하면 '대화 끝났니?' 하고 약간의 재촉을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메모리즈쇼를 갈 거면 호이안 올드타운+메모리즈쇼 함께 있는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린 결국 그랩을 이용하지 못해 허둥댔다. 그 모습을 본 친절한 베트남 아저씨께서 자기 친구가 그랩 기사인데, 친구차를 타고 가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해서 그 차를 탔다. 돈은 아마.. 좀 많이 냈던 걸로 기억한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거리가 짧은데 비해 돈은 2~3배 정도 더 냈을 거다.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이후 이 그랩기사가 메모리즈쇼 끝나고 자기를 부르려면 연락하라고 해서 이 기사를 통해 메모리즈쇼에서 올드타운까지 이동했다. 이때도 돈을 꽤 냈다..
우여곡절 끝에 본 메모리즈쇼는 그저 그랬다. 물론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웅장한 공연을 선보인 건 맞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언어의 벽 때문에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어 답답했다. 또 공연을 보기 전 그랩으로 이미 골머리를 앓은 상태였기 때문에 집중을 못해서 더 재미없게 느낀 걸 수도 있다.
참고로 메모리즈쇼에서 사진 촬영은 불가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제재하진 않아 몰래몰래 찍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특히 내 앞의 관객 두 명은 시작부터 끝까지 영상을 촬영했다. 다만 이런 식의 비매너적인 관람은 지양하도록 하자.
참고로 우린 셔틀버스를 놓쳐서 올드타운에서부터 다낭 시내까지 33만 동(=1만 8000원)을 내고 그랩을 탔다. 그랩 할인쿠폰이 있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난 할인쿠폰의 존재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33만 동을 모두 다 냈다. 그랩을 이용하는 이들이라면 꼭 숨겨진 할인쿠폰을 활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