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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Erika Feb 17. 2024

개발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IT, 테크 기업의 위기? - 비개발자의 시선


0.

작년 하반기부터 북미 기업들에 불어 닥치기 시작한 레이오프(Layoff,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매섭다. 이제 시작인 수준이라고 하니 앞으로 적어도 몇 달간은 점점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한국 뉴스에서도 보도되고 있듯 유독 테크(Tech)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정리해고가 단행되고 있긴 하지만 은행, 패션 등 의 업계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높은 물가와 금리, 암울한 저성장의 시대에 들어선 세계 경제 때문에 시장 전체에서 고용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절망적인 소식이지만 치솟은 물가가 안정되려면 실업률이 올라야 한다. 원리는 단순하다. 물가가 낮아지려면 시장에 풀린 돈이 줄어야 하고, 돈이 줄어들면 사람들이 구직을 하고, 구직자가 늘면 실업률은 오른다. 그러니 물가가 안정되어야 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실업률이 오르는 것은 시장 전체로 볼 땐 필수불가결한 일이자 긍정적인 징조다.


1.

특히 주변 테크 기업에 종사하는 친구, 지인들 모두 하나같이 소속된 회사가 레이오프 중이거나 내부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고 말한다. 휴가 중 레이오프를 당한 동생도 있고, 건너 이름/얼굴만 알던 지인들의 해고 소식을 들은 것만 몇 번 인지 모른다. 말단 직원들만 잘리는 게 아니다. 매니저, 심지어 디렉터였던 사람들도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다. 그냥 팀 하나가 통으로 날아가 버리는 마당에 직급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운 좋게 잘리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도 위기다. 언제 차례가 모른다는 불안함과 이미 극도로 나빠진 분위기 등으로 업무에 집중이 만무하니, 다들 이직을 준비하기 바쁘다. 수시로 다른 회사에 지원하고 인터뷰 보고, 아니면 다른 길이라도 찾는다. 회사 내부에서 형성된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2.

테크 기업의 해고만 보자면, 대부분 개발자들로 이루어진 기업이니 당연히 개발자들이 해고 대상의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특히 경력과 실력이 비교적 낮은 주니어 개발자들이 해고 대상 1순위가 되고 있으며, 앞서 말했듯 그런 것 상관없이 그냥 팀 전체가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뉴스에서는 연일 AI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하지만, 사실 단순히 AI만을 원인으로 꼽을 수는 없다. AI의 성장 속도가 무섭고 그만큼 영향력이 큰 건 분명하지만 사실 팬데믹 기간에 너무 많은 인력 충원을 했던 것도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지나치게 많은 인력이 테크 기업으로 몰렸고,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매년 그런 성장세를 기대할 수는 없다. 몇 년 전에 정말 개발자들이 미친 듯이 많이 양성되는 것을 매일같이 피부로 느끼던 시기가 있지 않았는가? 학교마다 프로그래밍 관련 학과는 입학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당시엔 프로그래밍 말고는 미래가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체감상 주변인, 특히 남성 열에 일곱이 너나 할 것 없이 기존에 하던 일이 있든 없든 개발자의 길을 걸었다. 미국에 비해 임금 짜기로 소문난 캐나다에서 개발자로 취업하면 못해도 초봉 8만 달러로 시작한다. 그 시기 내가 진로를 고민하던 때였다면, 아마 나도 그 길을 갔을 것이다.


3.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미에는 인도에서 저렴하게 오는 개발자 인력들이 넘치고 있다. 업계 종사자의 말에 따르면 인도에서 오는 개발자들은 인건비가 현지인의 1/3 수준이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비자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해 가며 인도에서 사람을 데려온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프로그래머와 공과 계열 인재 양성에 엄청나게 적극적이며, 그들의 유럽과 북미 선진국들로의 해외 진출은 매우 흔하다. 북미 테크 기업이나 관련 부서에서 일한다면, 장담컨대 당신의 코워커 70-80% 이상은 인도인일 확률이 높다. 인건비 가격 경쟁에서 깡패라 어쩔 수가 없단다.


4.

업계 사람들의 입을 빌리자면, 결국에는 '찐' 실력자들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한다. 계속해서 공부하고 개발하고 연구하는 상위 몇 퍼센트는 정말 인정과 대우를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AI와 더 값싼 대체 인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어디 IT 업종만 그렇겠는가. 모든 분야에서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구태여 인건비를 써 가며 일자리를 내어주는 봉사를 할 기업은 없을 테니까.


5.

로펌에 종사하고 있는 나의 관점은, 법조계는 AI 등과 같은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 매우 보수적인 편이라 수용은 아주 느리지만, 기술 도입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으며, 느리지만 분명히 바뀌고 있다. 지적되는 몇 문제들만 해결한다면 앞으로 AI에게 시킬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다른 것과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무기는 무엇인지, 어떻게 내가 기술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은 모든 사람의 인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안일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에 나만이 나는 어떻게 유연하게 발전해야 하는지 고민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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