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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Erika Nov 28. 2023

퍼포먼스 리뷰?

북미의 업무평가제도


얼마 전 이직 후 첫 '퍼포먼스 리뷰' (Performance Review)가 있었다. 한국어로 하면 업무평가 정도 되겠다. 입사 후 온보딩 때 매년 내가 입사한 달에 리뷰가 있을 거라고 언뜻 들었던 것 같긴 한데, 진짜 딱 1년이 되니 매니저 코니로부터 리뷰 미팅 스케줄을 위한 연락이 왔다. 열흘 뒤로 예정되었는데 내가 준비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셀프 리뷰 (Self Review)를 먼저 하도록 하는 회사도 있는데 우리 회사는 그렇지는 않아서, 그냥 어떤 얘기가 나오면 어떻게 대답해야겠다 정도만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객관적으로 돌아볼 때 지난 한 해 내 업무 성과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사실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들이 바쁘지는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앉아서 꿀 빨았던(...) 한 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 그런데 시기도 시기인데다 최근 몇 달 새 주변에서 레이오프니 구직난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부쩍 많이 들려오던 중이라 괜히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미팅은 회사의 미팅룸 중 한 곳에서 코니, 우리 팀 어소시에이트 변호사 중 한 명인 로버트와 나, 셋이 참석하게 되었다. 원래는 어소시에이트 변호사가 아닌 나의 직속 Supervising 파트너 변호사 중 하나인 지나가 참여해야 하는데 휴가를 갔기 때문에 대신해서 로버트가 참여한 것이라고 코니가 설명했다. 지나로부터 나에 대한 리뷰 서류와 피드백을 받긴 했지만 실제로 나와 업무를 해 본 변호사가 미팅에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코니는 우리 부서의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들을 포함 팀원 모두를 전체적으로 관리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나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나에 대한 피드백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다만 이번 해에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많지 않았던 점을 들어 앞으로는 내가 원하던 대로 본격적으로 Commercial과 Land Development, 소송팀과 협력한 프로젝트들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평가 항목들이 매겨진 평가지를 받았고 내 피드백을 작성해서 서명 후 다시 제출하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미팅 말미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연봉 인상 소식도 듣게 되었다. 큰 폭은 아니었지만 올해 정말 일을 안 해서 미팅 전까지 혹 임금이 삭감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했던 터라 의외였다. 물론 이 계기로 나는 더 많은 일을 하게 되고 정부는 세금을 더 떼갈 것이니 정말 반가워 할 일일까 싶기는 하지만. 인상된 금액은 2주 후 급여일부터 반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퍼포먼스 리뷰는 잘 마무리되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다. 본래 연봉이 $70,000-$90,000 구간이 (체감상) 세금은 세금대로 많이 내고 일은 일대로 많아 가장 힘들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진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적응을 핑계로 지난 1년 운좋게 잘 쉬었으니 이제 다시 잘 배워봐야지. 30대 초반은 인생에서 정말 '일'이 가장 중심이 되는 시기가 맞나보다. 2023년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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