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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Dec 27. 2023

62,000원의 행복. 겨울방학준비 끝!

 62000원. 요즘엔 이 돈이 적지도 크지도 않은 금액이다. 비싼 물값에 밥을 먹어도 한 사람당 10,000원~

15,000원이다. 겨우 가족 4~5명이 외식할 수 있는 금액이다. 아니면 서점에 가서 책 한 권씩만 사도 4~5권 살 수 있는 금액. 중고 알라딘 서점을 가도 9~10권 살 수 있다.


 어제 이 62000원을 아주 값지게 쓰고 왔다. 당근으로 책을 구매했다. 책을 구매할 때 당근을 자주 애용한다. 첫 째 애기 때는 멋모르고 새책을 샀다. 아직도 기억난다. 웅진 전집이었는데 '뿌빠뿌빠'였다.(지금은 단종되었다.) 친척언니가 웅진 북큐레이터여서 내가 임신했을 때부터 얘기했다. "책은 꼭 언니한테 사~."


 그래서 10년 전 그 당시에 527,500원을 주고 50여 권의 책을 샀다. 그 당시에도 매우 비싸게 느껴졌지만 임신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를 들었던 터라 결국 질러버렸다. 그것도 아기가 100일이 갓 지날 무렵에.




 아기 키우면서 새책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사실 새책이 좋기는 하다. 그렇지만 값이 너무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에 그 값어치 하려면 아이들이 많이 보는 수밖에? (그것도 애들이 안 보면 말짱 도루묵) 그런데 상태 좋은 책들을 반값 정도로 살 수 있으니, 그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시간이 좀 지난 책은 1/3 정도 금액이거나 더 저렴하니 말이다. 이건 여담이지만 당근으로 책을 구매하며 '운전실력'을 늘렸다. (맨날 아는 장소가 아닌, 전혀 모르는 곳을 내비게이션에 의지하여 찾아가니 늘 수밖에. )


 한동안 많이 들였다가 이제는 많다고 생각해서 구매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첫째 아이 친구 집에 갔다가 깨달았다. '글밥을 늘려줄 때구나. ' 내가 봐도 읽히고 싶은 책들이 많으니, 다시 당근으로 책구매를 해야겠다는 불씨를 지폈다. '매의 눈'으로 샅샅이 찾아보았다. '이번엔 고전을 들일 때가 된 것 같은데.' 하며 고전을 찾다가 괜찮은 매물을 찾았다. 그리고 나면 판매자의 다른 상품까지 쭈욱 살펴본다. 구매하면서 같이 사면 좋을 물건이 있나 확인하는 거다. 그런데 웬걸! 다른 책들 중에도 괜찮은 전집이 제법 많다. 그래서 일단 즐겨찾기 하트를 누르고 고심해 본다. 그렇게 추려낸 게 7개의 전집이다. 7개의 전집이지만 가격은 착해서 다 사도 62,000원이다. 가격이 괜찮다 보니, 결국 지름신이 강림했다.



판매자님께 이 책들 다 사겠다고 얘기했다. 판매자님은 당황스러우셨는지 물으셨다.

"물건이동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설마 이 책들을 다 택배로 보내달라는 건 아닐까 걱정되셨나 보다. 그래서 당당히 말했다.

"방문할게요."




 총 280권이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다. '너무 많으니 남편한테 도와달라고 할까?'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책은 새책이든 중고책이든 싫어하는 남편이다. 그래서 사지 말라고 할게 뻔했다.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더라도 나 혼자 하고 말지.'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판매자님과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구매하러 가는 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일단 무거운 걸 이동하기 좋은 복장을 입었다. 위아래 운동복. 그리고 양팔이 자유롭기 위해 거추장스럽지 않고 따뜻한 패딩 조끼를 입었다. 추우니까 털장갑을 끼고 웨건과 접이식 카트까지 야무지게 챙겼다. 트렁크에 실으며 '생각보다 쉽지 않겠지?'라는 생각이었지만 하나만 생각했다. '우리 아이들이 재밌게 읽어주면 좋겠다. '라고.


 그렇게 판매자분의 집에 도착했다. 총 7개의 박스가 놓여있었다. 판매자분은 나이 많으신 아저씨 한분과 허리를 다치셨는지 허리보조기를 차고 계신 아주머니셨다.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아저씨가 도와주셨다. 60권이나 들어있는 박스는 아저씨가 들기에도 무거웠어서 '아저씨 허리 다치진 않으실까? '하고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2명 이서도 왔다 갔다 2~3번을 해서 드디어 차에 다 실었다. 트렁크에 다 들어가지 않아 뒷좌석에도 실고 앞의자에 웨건까지 야무지게 태웠다. 딱 적당한(?) 양이었다. 여기에 더 구매한다고 했으면 차에도 다 못 실을 뻔했다.


 

 아주머니, 아저씨께 야무지게 인사를 했다.

"좋은 책들 저렴히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같이 도와준 아저씨는 한마디 하신다.

"당연히 남자가 올 줄 알았어~ 젊은 여자 혼자 올 줄 몰랐네. 그래도 아기 낳은 엄마라 힘이 아주 세네~"




책을 가득 실고 집에 오는데,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우리 아이들 겨울방학이 다가오는데, '월동준비'는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라디오에서 평소 팬이었던 최강희 씨가 DJ로 나와 예쁜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행복한 '운수 좋은 날'이다.





그런데 이제, 이걸 다 언제 옮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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