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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Jan 27. 2024

새해에는 아들들과 교환일기를 쓰기로 했다


 세상에 유행하는 건 역시 돌고 도나보다. 어릴 적 친구들과 썼던 추억의 '교환 일기'. 요즘은 사춘기 자녀들과 쓴다고 한다.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은 중요하다'.


 말로 다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글로 전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말로 받은 상처가 평생 기억에 남기도 한다. 어릴 적 엄마가 화나셨을 때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가시나가 치울 생각이 없어~" 이 말이 어찌나 두고두고 속상하던지. 지금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 가는 말이다. 집안 정리와 청소가 오로지 엄마 몫이 된다는 게 얼마나 큰 부담감인가.


 사랑 많은 엄마라고 자부한다. 그래도 간간히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공감해주지 못할 때가 있다. 때로는 말보다 굳고 화난 표정으로 마음의 상처를 줄 때도 있다. 뒤늦게 말로 오해를 풀으려고 하지만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교환일기를 쓰게 되었나? 그건 또 아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쪽지 같은 편지를 줄 때가 있다. 색종이에 '엄마 사랑해요'라고 쓴 쪽지들이 고마워서 모아 놓고 싶었다. 부엌 벽 한편에 붙여 두었는데 아이들이 그걸 볼 때마다 한 마디씩 했다.


"엄마는 왜 답장 안 써?"


 이 말이 촛불에 불을 지폈다. 지금까지 마음으로만 생각하던 걸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들들과 교환일기'


"딸들과 교환일기를 써요~"라는 말은 종종 들어 봤지만 "아들과 교환일기를 써요~"라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아들'들'이랑 써요"는 본 적이 없다. 갑자기 얼른 쓰고 싶어졌다.




 

 다이소에서 줄노트 2개를 샀다. 요새 다꾸(다이어리 꾸미기)가 유행하므로 수많은 스티커와 포스트잇, 종이테이프가 잔뜩 있었다. 이왕이면 예쁜 게 좋으니 꾸미고 싶은 걸 골랐다. 아이들과 편지를 주고받자는 거지만 소꿉장난하는 어린 소녀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지금의 남편과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다. 연애 때의 남편은 가능했을 수도 있으려나? (확실치 않음;) 남편과는 못하지만 두 아들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사춘기 시기는 쉽지 않겠지?'라는 생각에 그전에 얼른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막상 무슨 말을 써야 하지? 어떻게 쓰지? 하는 고민이 들었다. 일단 표지를 꾸몄다. 11살, 8살인 아들들이 서로 질투하지 않게 똑같은 듯 조금 다르게 꾸몄다. 말은 비슷하게 썼지만 스티커나 메모지의 색깔이 다르게 했다. 사실,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아서 미뤘던 것도 있는데 쓰다 보니 기분이 좋았다. 시간은 생각보다 걸리긴 했지만 쓰면서 마음속에만 있던 말들이 계속 떠올랐다. 이래서 편지를 쓰나 보다. 글로만 줄 수 있는 힘이 있다.





열심히 꾸며서 편지를 썼는데, 과연 아이들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기뻐는 했지만 답장을 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엄마처럼 예쁘게 꾸며야 할 것 같았나 보다. 지금까지 부담 없이 엄마에게 줬던 쪽지와는 다른 형태이니, 당황스러웠나 보다. 더 예쁘게 해야 한다는 부담이 들었나 보다. 그래서 지금까지 써줬던 편지들을 다이어리에 붙여 주었다. 그냥 이런 식으로 편하게 쓰면 된다고 했다. 이 노트가 다 채워지면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



"아들들아, 우리만의 보물을 만들자!"


아들이 써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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