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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Jan 25. 2024

남편! 집에 빨리 오지 말아 줘

안 들어오면 안 될까?



'이게 웬 떡! '


 자유부인이 되었다. 아가씨네 부부가 애들을 데리고 1박 2일 여행을 갔다. 아직 아기가 없는 아가씨네는 어릴 적부터 애들을 아주 많이 예뻐했다. 때로는 우리 부부보다 모성애, 부성애가 더 많은 것 같다 싶을 정도다. 애들도 고모, 고모부를 하도 좋아하니, 우리 부부가 섭섭할 때도 있다. 아가씨네가 먼저 바쁜 엄마, 아빠 대신해서 애들을 놀아 준다고 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애들이 나간 시간 오후 4시. 아-싸! 자유시간이다! 5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애들이 없어도 남편이 있으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 그래서 남편이 오기까지 5시간이 자유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남편~ 오늘만 늦게 들어와 줄래? 제발 집에 빨리 오지 말아 줘.) 다음날은 하루종일 강의가 있고 저녁이 되면 애들이 돌아오니, 지금 이 5시간이 자유시간일 듯싶었다.




 아이들도 공부하다 자유시간이 필요하듯, 엄마들도 자유시간이 필요하다. 절대적이다. 그런데 '나만의 자유 시간 확보'가 어찌나 어려운지. 애들 방학한 이후 한동안 바빴다. 애들이 아파 병간호하다 나도 몸살 나고 일도 더 많아지고 바빴다. 해야 할 것들만 하다 보니, 하고 싶은 것들은 할 수 없어 외면한 채 지냈다.


사실 엄마들도 멍 때릴 시간이 필요하다. '밥은 뭐 해 먹지?' '냉장고에 뭐 있더라?' '귀찮은데 시켜 먹을까?' '배달비도 비싸졌는데.' '집안꼴이 엉망이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지?' '애들 공부는 뭘 시키지?' '방학인데 너무 집에만 있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전부 다 엄마 역할이다.


결혼을 했으면 아내 역할, 아이를 낳았으면 엄마 역할 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가족들만 챙기고 사느라 사라지는 게 있다. 내 의견, 내 생각, 내 감정, 내 욕구, 내 꿈 등. 멍 때리더라도 좋으니,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애들이 깨기 전 피곤한 몸으로 눈을 떠야 만끽할 수 있는 새벽 시간이 아니다. 애들 재워 놓고 졸려 죽겠는데 눈을 떠야 누릴 수 있는 늦은 밤 시간이 아니다. 쌩쌩하게 즐길 수 있는 오후 4시다. 이 소중한 시간을 무얼 하며 보낼까 행복한 고민에 푹 빠졌다. 해야 할게 천지, 하고 싶은 게 천지인데 뭐부터 하지? 뭘 할 수 있을까?


5시간 동안 하고 싶은 거 해야 할 게 많았는데, 추려보았다. 제일 급한 건 어질러진 집정리였다. 그렇지만 눈을 감기로 했다. 이렇게 소중한 자부타임을 집안일하며 보낼 수는 없지. 그래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정했다. 내일 있을 강의 준비, 글쓰기, 운동으로 정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후루룩 지나간다. 혼자 있는 소중한 시간은 왜 그리도 빨리 흘러가는지.


하고 싶은 게 많은 꿈 많은 여자. 사람들이랑 있는 게 즐겁고 행복해하던 'F' 성향 가득한 사람이었는데, 이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30대 끝자락에서 비로소 알게 된 적막의 즐거움.



남편이 전화가 온다. 이제 곧 집에 도착한단다. 30분 정도 후에.


'아흐-' 온전한 내 자유시간이 사라지고 있다.


(남편아~이럴 땐 좀 더 늦게 오면 안 될까? 솔직한 마음을 얘기해버리고 싶다. 전화하고 있는 이 시간도 자유시간이 줄고 있어 아쉽다고)


너무 달콤했고 정말 행복했던 자유시간 안녕. 우리 다음에 또 만나!



(이미지 출처: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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