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럽게 일어난 자동차 사고. 바쁜 일상에 차사고까지 겹치면서 일상이 흔들린다. 후방추돌 사고라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했는데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단다.
차 렌트가 안된다고 했다. 상대방 측이 100% 과실 인정을 안 해서 렌트가 불가하다고. 후방추돌로 뒷 범퍼가 다 찌그러져서 맡기는 건데 억울하다 생각했다. 차를 맡기면 당연히 렌트해서 올 줄 알고 트렁크에 짐도 안 뺐는데. 짐 중에는 엄청 무거워 들기 힘든 동전 한 무더기도 있었다. 가게 동전교환기에서 빼온 거라 무게가 상당해 무거운데 남편이 낑낑대며 들고 왔다. 나 대신 남편이 차 맡기는 건데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고 화도 났다. 아이까지 데려갔는데 무거운 동전에 집까지 거리는 멀지. 결국 택시를 탔는데 거리가 멀어 요금도 많이 나왔다. 20년 경력 택시 아저씨도 사고 영상을 보시더니 100% 상대방 과실이라고. 남편의 주변 지인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말을 했다. 왜 진작에 경찰에 신고 안 했냐고. 우리 보험회사 측도 상대방이 100% 과실을 인정 안 하니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 그렇게 경찰에 신고하러 가기로 했다. 그때까지 우리 쪽 과실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경찰서도 두 번이나 갔다. 집 근처에 경찰서에 갔더니 관할 지역 아니라고 멀리 있는 곳을 가라고 했다. 남편이 하루종일 고생하는 것 같아 안쓰러웠지만 신고만 하면 우리의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나중에 들으니 아이들도 덩달아 아빠 따라다니느라 바쁘고 배고픈데 얘기도 못했다고 한다.(미안해 얘들아ㅠ)
경찰에게 얘기하니 내가 가해자란다. 내가 우회전으로 나가려고 할 때 왼쪽에 차가 없음을 확인하고 차를 돌렸는데도 직진차가 우선이니 내 잘못이라고 한다. 그 직진차가 과속을 했는데도. 옆에 차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높은 방지턱이 있고 속도를 안 줄였는데도. 방지턱을 거의 점프하듯이 달려왔는데도 상관없이. 물론 어느 정도 상대방도 잘못인정은 할 수 있으나 '법'쪽으로는 우리가 불리하다고 했다. '직진 차가 우선'이라는 법 때문에.
그 얘기를 듣는데 너무 억울하다. 전방 블랙박스를 봐도 옆에 차가 안 보여 차를 돌린 건데. 뒤에 오던 차가 과속을 해서 박은 건데도 내 잘못이라니. 이런 전후사정 따지지 않은 법 때문에 악용하는 사람들도 생기는 것 같다. 도로교통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서 일부로 사고 내는 사례도 많지 않은가.
이런 일을 많이 겪은 경찰분은 의례적인 말을 하셨다.
"억울한 상황이 신건 알겠지만 법이 그런 걸 어쩌겠느냐. 그냥 보험사끼리 합의하게 하세요."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되며 식스센스급 반전을 겪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쫙 빠진다. 사고 나서 상대방 측에서 대인신청을 해줘서 치료받는 상황인데 치료받으면 안 되는 건가 싶다. 병원에 있는데 좌불안석. 편안하게 검사하고 치료받고 싶었는데 안절부절이다. 억울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안 좋게 생각하면 계속 한도 끝도 없지만. 어쩌겠는가. 마음을 고쳐 먹어야지.
행복해지리 작가님이 얘기해 주신 말이 생각나며 '긍정 회로'를 돌리기로 했다. '긍정 회로'= '지나적 사고'라고 얘기해 주셨는데 그 말을 생각하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버려야지. 어찌 됐든 사고는 나서 온몸이 찌뿌둥 하지만 어디 손가락 하나 부러진 데 없어 다행이고. 상대방 측도 특별히 크게 다친데 없어 다행이고. 상대방 측이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후방 추돌인데도 잘못 없으니 보험 접수 못한다고 하지 않아 다행이고. 이번 기회에 남편의 든든함과 고마움을 알게 되어 감사하고. 함께 억울해하는 남편의 사이다 같은 말("여보 잘못 없어. 법이 이상한 거지!")에 힘도 얻고.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고 따뜻한 위로를 나눠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리고 한방 병원에 입원해 다양한 한방치료를 받아 이제 한방간호 강의할 때 그 치료법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추나요법, 부항, 침 치료, 물리치료, 적외선 치료 등의 느낌까지 디테일하게 설명할 수 있다^^) 오랜만에 쉬게 하여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생겨 감사하다고. 등등
이틀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고단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안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진부한 얘기를 체감한 거. 한 템포 쉬어가라는 의미로 알고 중요한 덕목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일상을 회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