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날씨도 덥고 짧기도 짧아 하던 대로 하되 늦잠 자기와 영상에 더 많은 시간 할애하기 정도만 넣어서 완전히 아이 맞춤형 방학 계획이 있을 뿐이죠. 그런데 방학 숙제 중에 꼭 부모님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사진 찍고 간단히 느낀 점 쓰기 이런 거 있잖아요. 그래서 뭐 하나 하긴 해야겠는데 뭐 할까 보다 보니 전천당 뮤지컬을 하더라고요.
아이가 전천당을 매우 좋아하거든요. 그래, 이걸로 방학 숙제 끝내자 싶었죠.
집에서 성대까지 제법 아니 많이 멀어요. (뚜벅이입니다.) 큰 맘먹고 나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매우 더운 날이더라고요.
지하철을 얼마나 오랜만에 얼마나 오래 탔는지 2호선과 4호선을 이용하는 이용객이 다르다는 것도 알았고요.
앉아서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알았습니다.
새삼 출퇴근하는 직장인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성균관대에 도착했는데 멋지더라고요. 학교가 이렇게나 넓다니 싶으면서 내가 다닌 학교는 무엇이었나 싶고 갑자기 K-엄마가 되어 아이에게 이 학교 어떻냐고 공부 열심히 할 생각 있냐고 하니 그럴 생각 전혀 없으니 그런 질문 좀 하지 말라는 차가운 대답을 들었습니다. (자식농사 쉽지 않아요.)
뮤지컬 보러 온 아이들이 정말로 많았습니다. 전천당을 티브이에서 한다는 걸 모르고 책 읽고 오는 아이들이라 큰 애들일 줄 알았는데 꼬꼬마 친구들 다 와있었고요. 어린이 뮤지컬이라지만 요즘 마음이 많이 힘들어서 그랬는지 엉엉 울면서 봤습니다.
너무 감동적이었고 '요미'라는 역할을 하신 분 찐 뮤지컬 배우셨어요. 감탄의 연속이었습니다.
혹시 방학 때 뭐 하나 해야겠는데 싶으시다면 추천할게요.
물론, 제 상황이 눈물겨워 그냥 노래 하나하나가 다 내 얘기 같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요.
(아이는 마냥 재밌었다네요.)
독자님들은 마음이 힘들 때 어떻게 해결하세요.
제가 요즘처럼 힘들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힘들거든요.
몸이 무너지고 마음이 무너지니 걷잡을 수 없네요.
이렇게라도 쓰는 걸 보면 아직 덜 힘든 건가 싶어 다행인 것도 같지만요.
몇 달째 이러고 있는데 나이 탓으로 돌리기엔 마음의 문제 같은데
하염없이 눈물만 나는데 갱년기인가요.
40대가 원래 이런 건가요.
불과 두세 달 전보다 운동도 잘 안되고 생각은 많고 어디서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모르겠으니 불면증이 찾아왔고요. 못 자고 못 먹으니 생각은 당연히 부정의 끝을 달리고 있고요.
하반기의 시작을 우울로 보내고 싶지는 않은데 인생점프해야 될 때가 와서 이런 시간을 보내는 건지 내 마음 알아주기 너무 어렵네요.
패자는 힘들 때 울고 승자는 울면서도 뭔가 한다는데 엉엉 울면서 써볼게요. 혹시 모르죠. 마음이 치유되거나 어디선가 대박 행운이 굴러 들어올지도요.
이렇게 글로라도 풀어내고 힘들다고 얘기할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