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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May 21. 2024

'크레센도'를 향한 애틋함

사랑은 하니까-홍이삭 -

최근 싱어게인3를 시청했다. 

대중 가요를 즐겨 듣지 않는 데다가 특히나 경연프로그램이라 누군가는 낙오라는 쓰디 쓴 경험을 해야 하는 장면을 보기가 쉽지 않아 즐겨 보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인생의 숨바꼭질에서 꼭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다지듯 참으로 알수 없는 인생이라며 즐겨 봤다. 출연 가수 중에서도 단연코 홍이삭이라는 가수가 기억에 남았다. 매회 펼쳐지는 경연이라는 경쟁구도 속에서도 그가 가지고 있는 음악철학, 스토리로 해석하며 풀어가는 경연의 느낌이 대단한 내공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음악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낼 수 있어서. 

또 다른 용기를 얻었다. 내가 외롭지 않게 나를 좀 더 아끼며 들여다 볼 용기.




20대의 나는 30대가 되면 인생을 좀 알지 않을까하고 물음표가 있더라도 걸었고 30대의 나는 40대가 되면 세상을 척 보면 아는 경지에 오르지 않을까하고 느낌표를 기대하며 열심히 걸었다. 알지도 모른다는 기대감하나로 몰라도 낯설어도 얼떨떨해도 덮어놓고 걸었던 인생길이 있다. 그 때는 난 미숙했기에 그게 최선이라 이었고 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40대의 내가 어쩌지 못하고 있는 30대의 나에게 대뜸 따지듯 묻는다. 

그때, 좀 더 격렬하게 반대할 수는 없었는지.

그때, 좀 더 내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라도 해 볼 순 없었는지.

그때,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생각을 좀 더 해 보자고.

더 지혜로웠어야 했고 더 정확했어야 했다며 쏘아 붙이는 대화 속에 울고 있는 30대를 발견했다. 그 순간 너의 최선이었음이 공감되고 아팠을테니 함께 울었다. 

인생의 언덕길을 오르다보면 그런 날들이 자연스레 해석되어 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마블링 좋은 소고기라고 생각했던 고기가 내 삶에 동맥경화와 뇌질환을 일으키는 듯한 생각으로 일상을 잠시 멈췄다.

40대의 내가 30대에게 이제 내가 할테니 수고했다고 격려하며 30대가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도록 의미있는 작별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상이 아닌 일상을 잠시 멈췄다. 



싱어게인3의 결승선에서 홍이삭이 부른 노래는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이다.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노래의 가사에 글과 음율의 힘이 느껴졌다.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아야 해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가사 중-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뿐이다.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은 사랑이다.

바람이 부는 이유는 '지나가려고'라고 한다. 바람은 지나간다. 이 세상 어디에도 똑같은 바람은 없다. 

어떤 날은 솔솔 부는 봄바람 같기도 한낮 땡볕에서 땀을 말려줄 여름 바람 같기도 짙게 깔린 가을바람 같기도 살이 베일 듯한 날카로운 겨울바람 일수도 있다. 어쩌면 이 모든 모습을 두루 갖춘 바람일 수도 있다. 

내 인생의 길에서 어떤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어떤 식으로 불어 올지는 모른다. 다만, 바람이 또 올거라는 것만을 안다.

나의 과거와 현재가 다가올 미래가 어떠한 바람을 맞더라도 이 모든 바람은 내 삶임을 이제는 안다. 

나와 남들이 보기 좋을만한 바람만 싹뚝 잘라 영상 편집하듯 살수 있는 것이 삶이 아님을 알고 있다.

접하지 않고 싶은 바람도 '나'임을 인정하며 당황하고 어려웠을 나를 더욱 응원하려 한다.






예전 보았던 김혜자씨가 나온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에 마지막 나레이션이 지금의 내 마음을 대변 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삶은 때론 행복했고, 때론 불행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전 달큼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그렇게 난 내가 고민한 흔적으로 내 발로 걸었던 삶에 대한 애틋함 생긴다.

'점차적으로 강해지거나 커지는 것'이라는 뜻의 음악의 음정, 음량의 크기를 나타내는 음악용어로 '크레센도(crescendo)'가 있다.

난 '크레센도'의 시작점에 있다. 예전의 나라면 강하고 커져있을 크레센도의 도착점을 향해 또 무작정 달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걸어 왔던 내 길에 대한 애착과 추억을 충분히 즐기려 한다. 

힘이 든 기억은 힘이 든대로, 즐거웠던 기억은 그만큼만 

모두 내 삶이니까 

내 삶을 사랑은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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