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우리, 닮고 싶은 우리
"자, 그럼 여기 나눠드린 활동지에 반친구 중 같은 점 다른 점 찾기 해 볼게요."
활동지를 들고 아이들은 분주하다. 생일, 가족이름, 부모님 나이, 사는 아파트 등의 눈에 보이는 것부터 짜증날 때, 울고 싶을 때 등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모조리 캐내려는 아이들의 소리에 교실이 분주하다.
성교육 첫수업에서 각자가 이미 인식하고 있는 성에 대한 의미를 알아본 뒤 두번째 시간이다.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분류하면서 서로 나누다보면 같은 점이 똑같지 않고 다른 점이 완전히 다르지 않다는 걸 아이들은 이야기 나누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렇게 나의 독특함과 고유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 수업의 의도이다.
아이들이 연필로 썼다 지웠다의 흔적에서 치열했던 활동지를 보면서 다음 수업 디자인을 잡아 본다.
몇달 전 부산에 온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전날 실컷 놀고 아침에 남편과 산책을 나가려고 준비하다가 아이들 방을 잠시 들여봐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1호는 내향적이다. 3호는 외향적이다.
1호는 소설책을 좋아한다. 3호는 코믹책을 좋아한다.
1호는 미역국을 싫어한다. 3호는 미역국을 코에 박고 먹는다.
1호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3호는 집에 있으면 아프다.
1호는 내적동기로 일을 추진한다. 3호는 외적동기가 동력이 된다.
1호는 속내를 잘 모르겠다. 3호는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다.
1호는 주변사람 말에 잘 흡수된다. 3호는 자신만의 확고함이 있다.
같은 부모에게서 이렇게 다른 성향의 아이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름을 뽐낸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안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모습으로 마음이 평온 해 진다. 그 마음을 들여다 볼수록 따라 가고 싶어 지면서 아침이 떠 오른다.
오늘 아침엔 그 마음을 잃었다. 각자의 준비로 바쁜 아침에 각자의 자리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다른 마음에 중심을 잃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로 간 뒤 잠시 깊은 곳에서의 평온한 마음을 초대 해 본다.
나의 생각, 나의 시선, 나의 향기, 나의 말, 나의 손길, 나의 발걸음 등 나의 모든 부분이 오롯이 평온한 마음을 따라 가다가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닮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