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이상은 사치라고 생각했는데.
20대 초반. 명품에 대해서 잘 몰랐다. 아니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대학생활이 즐거웠고 친구들과 놀고 떠드느라 바빴다.
20대 중반.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큰맘 먹고 30만 원대의 메트로시티 가방을 하나 샀다. 하나 사면 매일매일 하는 내 성격덕에 그 가방은 체인이 끊어질 때까지 쓸모를 다하다가 운명했다.
20대 중후반. 눈에 띄지 않던 명품이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직장동료들의 ‘프라다’ ’구찌‘ ‘루이비통’ ‘샤넬’ 가방들. 이때까지도 가방을 잘 몰라서 프라다가 제일 비싼 줄 알았다. 그야말로 명품 문외한. 그래도 딱히 그런 가방을 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굳이 가방에 그 정도의 돈을 쓸
가치가 있는 걸까?
그러다 명품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다는 결혼시기!! 다들 명품 가방을 하나씩 산다는 그때. 나도 처음으로 친구 따라 언니 따라 백화점 명품매장에 가봤다. 예쁜 가방들이 나를 향해 손짓하기도 했지만 막상 가격을 보니 조심스레 내려놓게 되었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고 결혼할 때 꼭 사야 한다고 다들 입을 모아 말했지만 크게 내키지 않았다.
비싼 가방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사치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막연한 느낌과 감정들을 바탕으로 곰곰이 명품가방에 대해 내가 가진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그 결론은 “100만원 이상의 가방은 나에게 사치다”였다.
100만원 이상의 금액은 내 기준에서 큰돈이었고(큰돈의 기준은 개개인이 다르겠지만), 그 돈을 가방 말고 다른 곳에 쓰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싼 가방을 갖고 싶은 욕망(?)이 없었다. 그리하여 29살, 결혼할 때 남들 다 사는 명품가방을 나는 사지 않았다.
결혼하고 30대.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고 살다 보니 전보다 큰 액수의 구매를 경험할 일이 많아졌다. 돈을 모아 집과 차를 사러 큰돈을 쓰기도 하고, 100만원 이상의 아이 책 전집을 사기도 하고, 가족 여행에 몇백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큰돈에 대한 기준도 변하게 되었다.
그렇게 큰돈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지만 왠지 가방에는 그 기준이 높아지지 않았다. 가방에 대한 내 기준금액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고 동결되기를 수년간 반복하여 여전히 100만원. 100만원이라는 기준이 무색하게 50만원이 넘는 가방조차 사지 않았다. 매일 같은 가방으로 어깨끈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매고 다녔다.
그렇게 계속 살 줄 알았는데..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