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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온도 Nov 03. 2023

명품가방. 다들 있으신가요?(2)

네 저도 얼떨결에 하나 있어요.

 

나는 가방을 바꿔가며 메는 것을 귀찮아한다. 가방 안에 짐을 옮기는 것이 싫어서 같은 가방을 거의 매일 든다. 그래서 무난한 데일리 가방을 좋아하는데 주로 블랙 크로스백으로 각 잡힌(?) 흐물거리지 않는 스타일의 가방을 좋아한다. 매일 가방을 메다 보니 어깨 부분이 4-5년 지나면 끊어지거나 닳아서 실이 풀어진다. 그럼 이제 가방과 곧 이별해야 한다는 신호이다. 그 쯤되면 가방안도 더러워지고 밖에 가죽도 찌그러지기도 한다.

 그렇게 운명하기 직전의 너덜너덜한 가방과 함께 지내던 어느 날. 아가씨가(남편의 여동생) 미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선물을 사 왔다. 바로 COACH 크로스백!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는데 받아도 되나 고민도 되었지만 꼭 필요했던 거라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나는 운명직전인 가방과 쿨하게 이별하고 코치가방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일 년 후. 시아버님 유럽 출장에 아가씨가 따라갔다. 가족단톡방에 여행지 풍경과 음식사진들이 종종 올라왔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다급하게 아가씨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지금 루이비통인데
언니 갖고 싶었던 가방 좀 알려줘요!!
가방? 나 필요 없어. 나는 안 사도 돼~

내가 안 사도 된다고 말했지만 아가씨는 벌써 매장에 줄 서서 들어왔다며 아빠가 사주시는 거니 어서 알려달라고 했다.


루이비통?? 정말 단 한 번도 어떤 가방이 갖고 싶다 봐 본 적도 없는터라 당황스러웠다. 내가 괜찮다고 필요 없다고 계속말하니 아가씨는 세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럼 이 중에서 골라달라고.


얼떨결에 급히 가방을 골랐고, 그렇게 난 내 기준인 백만원이 넘는 명품가방을 갖게 되었다. 선물로 이런 가방을 받으니 부담스럽고 어색하고 얼떨떨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 절대 사지 않을 물건인데 선물로 받으니 좋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두 개의 가방이 생겼다. 코치가방과 루이비통가방. 명품가방이 하나 있으니 결혼식이나 행사가 있을 때 종종 메기에 좋았다. 물론 평소에도 잘했다. 가방이나 신발을 아껴서 쓰는 거는 잘 못해서 그냥 포기하고 막 쓰고 있다.


명품가방이 생겨보니 좋았다. 그렇다고 100만원 이상의 가방을 사지 않겠다는 기준이 바뀐 건 아니다. 하지만 얼마 전 광고복귀 선언을 한 이효리의 "철학은 항상 있지만 그게 변한다는 걸 이제 알았다"는 말처럼 오 년 후 십 년 후의 나는 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 요즘 눈에 안 보이던 예쁜 가방들이(셀린느 버킷백, 보테가베네타 카세트백) 보이는 걸 보면 당장 일 년 후도 알 수 없다.




요즘 너덜너덜 코치가방이 운명하기 직전이다. 코치가방을 대신해 에코백을 사서 매일 메고 다니는 중이다. 역시 아직 가방에 큰 관심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 철학이 바뀌어 100만원 이상의 가방을 구매하게 되는 날이 오면 내돈내산 명품가방(3)을 꼭 쓰러 오겠다. 과연 그런 날이 오려나..



* 사진출처: pixabay,  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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