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추억이 깃든 공간

엄마의 취향 4: 스타벅스(로스터리)

by 수아

처음 스타벅스 가게를 가 본 기억은 대학 시절 종로 근처였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테이블에 의자를 두고 엄청나게 말도 안 되게 비싼 커피를 먹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만 났다. 군데군데 영어를 쓰면서 대화를 하던 내국인과 외국인도 꽤 있었다. 아, 여기는 되게 비싸고 외국 경험이 있던 사람들이 그 나라 추억을 하면서 먹는 커피숍인가 보다라는 정도만 생각을 했다. 세상에, 김치찌개 한 그릇 값을 커피로 쓰다니. 내가 올 곳은 아니군. 다시 스타벅스를 갈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웬걸.



# 시애틀의 특별한 스타벅스 지점들(1호점, 스타벅스 로스터리):

아이가 두 살쯤, 갑작스레 시애틀에 갈 기회가 생겼다. 그때 처음, '스타벅스 로스터리'라는 곳을 가보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 세계에 5개 인가 밖에 없는 곳이라고 한다. 외관은 유럽의 건물과 같은 멋지고 근사한 모양의 건물이었고, 그 안에는 직접 원두를 볶고 축출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거대한 로스터리 기계와 원두가 멋들어지게 장식되어 있는 곳이었다. 한국에 없는 MD제품들과 독특한 인테리어, 다양한 빵과 케이크류, 샐러드 등을 파는 그곳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다시금 찾아보니, 안타깝게도 시애틀 로스터리 점은 지난 여름부터 영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혹시나 다른 나라 여행을 갈 때, 그 지역에 스타벅스 로스터리가 있다면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게다가, 시애틀은 무려 파이크 플레이스(Pike Place) 마켓 근처에 위치한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 곳이다. 파이크 플레이스는 나중에 알고 보니, 시애틀의 공공 재래시장을 말하는 것으로 이곳에 스타벅스가 처음 생긴 것이라 한다. 스타벅스에서 이곳의 이름을 따서 원두커피 이름 중에 '파이크 플레이스' 원두나 캡슐 등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여기를 다녀오고 나서야 그 이름을 나도 발견했고 눈치챘다. 역시 알고 나면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구나라고 생각하며 하나를 더 배웠다.



# 두 번째 스타벅스 로스터리 뉴욕(New York):

두 번째 스타벅스 로스터리의 방문은 아이가 1학년 때인 뉴욕에서였다. 시애틀에서는 아이가 두 살이라 유모차 안에서 잠만 잤지만, 여덟 살이 된 아이는 활발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거대한 원두 기계의 모습에 감탄을 자아냈고, 남녀로 구분된 화장실이 아닌 모든 화장실이 룸 타입으로 되어 있어서 남녀 모두가 차례로 줄을 서서 순서대로 들어가는 스타벅스 화장실에 신기해했다. 나도 처음 시애틀 스타벅스 로스터리에 가 보았던 그날의 감동보다는 덜 하지만, 이국적이고 세련된 뉴욕 스타벅스 로스터리의 모습에 감탄을 하면서 아이와 구경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로스터리 점은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 궁전 같은 파리 유일의 스타벅스:

파리의 스타벅스는 로스터리 점은 아니지만 독특했다. 예술의 도시답게 스타벅스도 궁전풍이었다. 들리는 말로는 콧대가 높은 파리의 시민들이 스타벅스 입점을 반대했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스타벅스를 파리의 궁전을 본떠 만든 인테리어로 변경해서 만들기로 했다고. 내 개인적인 소감은 시애틀과 뉴욕처럼 세련되고 깨끗한매장은 아니었다. 그래도 우아하고 예뻤다.


# 한강이 바로 앞에 보이는 스타벅스:

장거리 운전에 익숙지 않은 나는 안타깝게도 한국의 독특한 스타벅스점을 많이 가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곳 중에 하나는 한강 바로 앞에 있던 스타벅스 점이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먹으면서 한강 물이 출렁이는 것을 바로 앞에서 혹은 멀리서 볼 수 있었다. 한 없이 펼쳐진 한강과 하늘을 보면 숨이 탁 트이고, 멋지다. 해외의 어떤 스타벅스 못지않았다. 같은 커피 한잔도 장소에 따라 이토록 다른 느낌이라니.






스타벅스는 내게 단순히 커피 한잔 이상의 의미와 추억을 주었다.

직장 생활에 지치고 힘든 시절에는 그 한잔이 큰 위로가 되었고,

낯설고 두려웠던 여행지에서는 새로운 구경거리와 설렘이 되었고,

젊은 날 시험공부를 하고 집중을 해서 공부를 했던 곳이자 새로운 학교나 직장에 원서를 쓰는 장소이기도 했고,

육아로 지쳤을 때 책 한 권을 들고 쉼을 얻는 공간이기도 했으며,

아이가 컸을 때는 아이는 주스 한잔, 엄마는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한숨을 돌리는 곳이기도 했다.


이래저래 탈도 말도 많은 스타벅스이지만, 나의 인생의 여러 가지 추억이 서린 소중한 공간임에 분명하다.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면서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오래오래 그 역할을 잘 감당해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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